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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패스트푸드점에 비치된 출입명부 안내판./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시각장애인인 대학생 홍모 씨는 혼자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부터 발길을 끊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출입명부'를 자력으로 작성하기 어려운 탓이다.
홍씨는 "눈이 안 보여 수기명부는 당연히 작성할 수 없고,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역시 시각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부 시설에 들를 때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장소는 물론 음식점·카페·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출입명부가 의무화됐다. 휴대전화 번호·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출입명부 작성은 어느덧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휴대전화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 따르면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의 시각장애인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올해 7월 네이버·카카오톡·PASS 등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특정 동작이 화면 읽기 프로그램과 제대로 호환되지 않거나 QR코드 이미지가 생성된 후에도 음성 안내가 제공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생성된 QR코드를 유효시간인 15초 이내에 단말기에 정확히 인식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책임연구원은 "어찌 저찌 QR코드를 활성화해 인증을 해보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어디 갖다 대야 할지 몰라 굉장히 난감하다"며 "남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 시각장애인들은 창피함·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도 시설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지난달 18일 서울역 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를 사려던 한 노숙인이 휴대전화가 없어 입장을 거절당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현재와 같은 방역지침은 자기증명이 취약한 이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SNS에 글을 쓰기도 했다.
김 국장은 "다양한 계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사회적 약자들이 더 손쉽게 쫓겨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방역으로 인한 피해가 이들에게만 집중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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