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종로구 송현동부지를 유동성 확보카드로 활용하려던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기습 공원 조성화 공식화로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됐다.
서울시가 공원 결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고시를 일단 유보했지만, 사실상 공원 조성이 확정되며 부지 매각 협상 주도권이 서울시로 넘어간 모양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 3만7141㎡의 특별계획구역은 폐지하고 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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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 /사진=네이버 지도캡처 |
대한항공이 올해 6월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 행정절차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서울시는 권익위 조정이 나오기 전에 기습적으로 공원화를 공식한 것이다.
서울시는 권익위 중재를 고려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사유 재산에 대한 서울시의 공원 강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은 "권익위 조정 결과를 지켜보면서,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대한항공 모두 권익위 조정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권익위 조정이 어떻게 나오든 서울시의 의지대로 송현동 부지에 공원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익위 조정 결과는 권고일 뿐이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협의가 진행중이며 조정에 속도를 내 늦어도 그 다음 주까지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가결이 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대한항공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한항공 내부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 결정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원으로 확정된 부지가 서울시가 아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대한항공에게 남은 선택지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극심한 경영난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제값을 받고 매각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을 서울시에 막히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서울시가 2022년까지 매각 대금을 분할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LH공사를 통한 3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한항공은 애초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대금을 신속히 지급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분활지급이라는 입장으로 대한항공을 난처하게 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LH를 통해 대한항공이 대금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매각 대금을 두고는 여전히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가 매각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했다.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을 산정하겠다고 했지만, 애초 제시한 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대한항공은 1조2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또한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69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것도 모자라 전 임직원들도 임금 반납·휴업 동참을 통해 회사의 자구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자금지원을 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부터 보유했던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자금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갑작스럽게 올해 5월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졌다.
실제로 서울시의 공원 조성 추진 계획이 알려지고 난 뒤 진행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의사를 내비치며 관심을 나타낸 곳은 15군데나 됐다. 하지만 매각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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