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다만 경영권 불법승계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본격화 하는 다음달부터는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베트남으로 출국해 현지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투자 계획 등을 구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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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네덜란드로 출국해 6박7일 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14일 귀국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 부회장의 잇따른 해외 출장을 삼성전자의 성장 전략과 연결시키고 있다. 네덜란드와 베트남 모두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체와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판으로 해외 행보가 힘들어지기 전 핵심 사업의 기반을 더욱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노광장비회사 ASML을 찾았다. 이 곳에서 이 부회장은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용 극자외선(EUV) 장비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의 핵심이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생산 거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전화 공장을, 호찌민시에 TV·가전제품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두 개의 재판이 겹치는 다음 달부터 이 부회장의 전략적 글로벌 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빡빡한 재판 일정과 준비 등을 고려하면 해외 스케줄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핵심 인사와의 회동은 총수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일정이 맞아야 가능하다”며 “이 부회장의 경우 재판 일정이 겹치면 사업상 중요한 자리가 생겨도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영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재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도 부담으로 꼽힌다. 과거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1심 재판에 54회, 2심 재판에 18회 출석했다. 이번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은 과거보다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재계 등에서는 상급법원 항소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수년 동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앞서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삼성의 경영 부담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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