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본만 들린 이후 또다시 인도 등 동남아 4국 방문
강 장관 방미 일정 조율 중이지만 미 대선 결과 따라 변수
SCM 공동성명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 삭제 등 이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두차례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면서 연거푸 한국 방문이 빠지는 상황을 맞았다. 또다시 ‘코리아 패싱’ 논란이 나왔고,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현재 양국 당국간 조율 중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25~30일(현지시간) 인도, 스리랑카,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국을 방문한다고 미 국무부가 21일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 초인 7~8일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다자안보협의체(Quad·쿼드) 외교장관 회의에만 참석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도쿄에서 열린 쿼드 회의 이후 예정돼 있던 한국과 몽골 방문을 하지 않은 것은 그가 순방 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동남아 4개국 순방 역시 미리 예정된 것이어서 한국 방문을 추가하기 곤란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순방 때마다 한국이 빠지자 또다시 논란이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올 초부터 적용되었어야 할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여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고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삭제된 일 등과 관련이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SCM 직후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 들어갔던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를 뺐다. 지난 제51차 공동성명엔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돼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외교부

이번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측은 이 문구가 포함되기를 원했지만 미국 측에서 ‘대한민국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없는 공약’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갈음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사용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에스퍼 장관은 SCM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부담이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한 한미는 이번 공동성명에 올해 한미군사훈련 축소로 이행하지 못했던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의 향후 시기를 잡지 못한 채 “전작권이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만 명시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 3단계인 안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까지 마치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년 2단계 검증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임기 내 마치려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어려워졌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미할 계획이다. 강 장관은 지난 21일과 22일 두차례에 걸쳐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간 현안과 글로벌 사안에 대한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양 장관은 WT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했으며,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했다고 한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미국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반도·지역·글로벌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다만 그 시점은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 대통령이 누구로 결정될지에 따라 강 장관의 워싱턴 방문의 목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만약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 시기가 다시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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