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타계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삼성호'의 방향타를 잡고 혁신을 주도했다. 그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인재·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삼성을 글로벌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의 운명을 바꾼 '초격차 승부사' 이 회장의 발자취를 5회에 걸쳐 되돌아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인재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며, 양질의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은 경영의 큰 손실이다. 부정보다 더 파렴치한 것이 바로 사람을 망치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 회장이 사람에 집착한 것은 ‘인재 제일’을 사훈으로 삼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영향도 컸다.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한 이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특급 인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02년 6월 이 회장은 긴급 소집한 ‘S급 핵심인력 확보·양성 사장단 회의’에서 S급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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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이 2011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 회장은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 그런 S급 인재는 사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녀도 찾을까 말까다. S급은 찾는 데만 2∼3년이 걸리고 데려오려면 1∼2년이 더 걸린다”며 “업무 절반 이상을 S급, A급 인재를 뽑는 데 할애하라. 이게 안 되면 일류 기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은 핵심 인재를 S급(Super), A급(Ace), H급(High Potential)으로 구별하고 있다.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난다.
S급은 계열사 사장 연봉과 맞먹는 인재로 최소 상무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A급은 외국 박사 출신이나 수재급 인재로 특정 분야에 뛰어난 경우에 해당한다. H급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실무급 인재를 뜻한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핵심 인재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지난 2011년 7월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참관한 그는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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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이 2010년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여기에 이 회장은 삼성 인재 채용에 일대 전환점을 만들었다. 1995년 이 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전격 지시했다.
당시 이 회장은 “대학 졸업장과 관계없이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동일하게 주고 입사 후 승진, 승격에도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삼성의 입사 기준은 학력이 아니고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때부터 삼성은 대졸 공채 대신 3급 신입사원 입사 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에 합격할 실력만 되면 대학 졸업장은 의미가 없는 것이 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여성 분야에서 일어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과감히 없애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다. 이 회장은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전거 바퀴 두 개 가운데 하나를 빼놓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재 활용의 다양성을 주문했다.
1987년 취임 초부터 여성 인재를 주목한 이건희 회장은 여성들이 육아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일하지 못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은 어느 기업보다 앞서 어린이집 사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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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이 2005년 태국 사업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밖에 이 회장은 인재 육성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삼성의 3대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SVP, SLP, SGP도 그의 큰 관심 속에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SVP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삼성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교육이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신입사원 입문교육’과 매년 여름 개최하는 ‘하계수련회’가 여기에 속한다.
SLP는 우수한 평가를 받은 관리자급 직원을 외국 명문대학이나 국내 주요 경영대학원에 2년간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원이 될 부장을 선발해 5개월간 역량을 계발하는 '임원양성 프로그램'도 여기에 속한다.
SGP는 임직원이 외국에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외국어와 매너 등을 가르치는 교육 제도다. 1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모든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지역전문가제도'가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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