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거스른 20번이 넘는 누더기 부동산 대책의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29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0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을 울리고 있다.
강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전국적으로 동반상승했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됐지만 본격 가을 이사철을 맞으면서 전셋값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전망과 예측은 엇나갔다. 시장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
정치가 시장을 덮친 대가를 애꿎은 국민과 집 없는 서민들이 치르고 있다. 전세난민을 양산시키고 있는 임대차 3법은 임차인과 임대인을 동시에 울리며 갈라치고 있다. 앞선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호언했다.
문 대통령은 "임대차 3법을 조기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냉랭하다. '어떻게'라는 대안은 없고 희망사항만으로 국민을 고문하고 있다. 4년째 20번이 넘는 실패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영혼 없는 유체이탈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졸속 임대차 3법이 부른 시장의 혼란을 몸소 체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분석하고 시장 안정을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책을 내 놓을 때마다 안착을 자신하던 말투가 엷어졌다. 누더기 법안의 폐해를 직접 체험해보니 정책과 시장의 괴리감을 절감했나 보다.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난민 신세가 될 뻔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주고 집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세입자가 안 나가겠다고 하자 결국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내보내기로 했다. 임대차법의 계약갱신 청구권을 무기로 위로금을 요구하는 일에 홍 부총리가 가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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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거스른 20번이 넘는 누더기 부동산 대책의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잘못된 정책 시장의 경험자가 됐다. 보유세와 양도세 양쪽 퇴로를 막아 놓은 정책의 비상구가 필요하다. 국민 편을 가르고 세금으로 권력을 지키려 한 정부가 성공한 예는 아직 없다. /사진=기획재정부 |
세입자들이 '2년 더 거주'라는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갱신 청구권을 포기 대가로 500만~1000만원을 요구하고, 마음 급한 집주인은 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관행화되고 있다고 한다. 세입자와 집주인을 싸움 붙이는 법이다. 사적 계약 관계를 법이 갈등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자기 집을 팔려고 뒷돈을 들여야 하는 희한한 법이다. 자영업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권리금'이 집을 사고 팔 때로 번지고 있다. 홍 부총리가 위로금을 지급한 하면서 전세 난민을 면한 건 잘못된 법의 문제다.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식으로 해결한 홍 부총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의 따갑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은 '부동산=투기=악'이라는 잘못된 시각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을 불로소득 수단과 자산 양극화의 주범으로 본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을 때린다. 정작 다주택자이거나 서울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자신들은 팔지 않는다. 집을 파느니 사표를 던지는 인사도 있다. 기막힌 '내로남불' 행태는 국민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고 있다.
주택은 거주공간뿐 아니라 재산증식과 더 나은 교육 환경을 꿈꾸는 이들의 복합된 욕구를 담고 있다. 아끼고 노력해서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부동산 정책은 꼬일 수 밖에 없다. 정확한 공급과 수요를 예측하고 시장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시가격 현실화는 균형성과 함께 정확성·적정성·투명성과 밑받침 돼야 한다. 현실은 앞집과 뒷집이 다를 만큼 공시가격 산정이 주먹구구라는데 있다. 이런 상황은 외면하다 보유세 폭탄이라는 원성이 높아지자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 기준을 놓고 또다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세금 폭탄'에 중산층 민심이 폭발할 기미를 보이자 9억이냐 6억이냐를 놓고 당청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속내가 더 얄밉다. 여당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공시가 9억원 주택을 경감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면 6억원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9억원 완화를 주장하는 여당은 서울의 중산층 표를 의식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반면 6억원 고수를 주장하는 정와대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의식한 것이다. 양쪽 다 국민의 주거의 질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본질은 같다. 정치 공학적 접근이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는 주범이다.
애초 보유세 강화 정책도 진의가 의심스러웠다. 다주택이나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차별적·징벌적 세금을 매긴 것은 저가 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제 보유세 카드를 놓고 또 다시 표 계산을 하는 모양새다. 정책은 없고 정치만 남았다.
집권 4년차, 20번이 넘는 정책을 쏟아 내 놓고도 뛰는 집값이 전 정부 탓,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탓이라는 '남 탓'만 한다. 4년 동안 무능과 정치적 잇속 에 따라 편 정책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 그렇게 실패하고도 시장의 논리를 역행한다.
공급 대신 수요를 억제하며 규제로 문제를 풀겠다는 아집과 독선이 집값에 불을 질렀다. 주거 약자를 명분를 보호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세대란을 부추겼다. 비싼 집과 싼 집, 집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눈 이분법적 접근은 갈등과 반목만 키웠다. 가진 것이 죄가 되는 웃픈 현실을 만들었다.
나아가 정부는 가진 자들을 옥죄며 약탈자 행세를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을 편가르기식 하는 부동산 정책은 접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정책의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인해 미래 우리 사회가 치러야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정치가 아닌 정책을 펼쳐야 한다.
편가르식 보유세는 조세형평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3년 전 5억 원이던 서울 아파트가 10억 원이 넘었다. 집 없는 사람은 돈 한 푼 못 쓰고 2배로 가난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동안 20여 차례 대책을 쏟아냈지만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심각한 '집값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정책의 실패다. 이를 이제 '세금 정치'로 풀려고 한다.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규제는 풀고 공급 정책으로 시장이 선순환하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실패는 국민 분노 임계치를 넘어선다. 국민 고통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숙고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 양쪽 퇴로를 막아 놓은 정책의 비상구가 필요하다. 국민 편을 가르고 세금으로 권력을 지키려 한 정부가 성공한 예는 아직 없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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