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출범 이어 재보궐 공천 여부도 전당원 투표로 결정
"사고는 정치인들이, 수습은 당원들이" 뼈 아픈 지적 제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사안에서 ‘책임’을 외면한 채 당원에게 판단을 떠넘기고 있다. “사고는 정치인들이 치고 수습은 당원들에게 맡긴다”는 뼈 아픈 지적까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관련으로 공석이 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당헌이 명시한 ‘무공천’ 약속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호중 전 사무총장은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지난 4월 23일 후보 공천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부산 시민들게 반성하고 자숙할 시간을 가져야지 지금은 재보궐 선거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시장 사망 이후인 7월 15일 “지금은 아직 다음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송갑석 대변인)”며 말을 아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연합뉴스

묵묵부답이던 민주당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8월 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순회합동연설에서 내년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부산·서울의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민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걱정을 드렸다”면서 “그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당원들에게 넘긴 셈이다. “어느 경우에도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길을 선택하겠다”던 이 대표 스스로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결과가 뻔한 ‘전당원 투표’를 빌미로 말을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을 강행하면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1월 16일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선거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일축했지만, 불과 두달도 채 안된 3월 8일 전당원 투표를 통해 창당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낙연 대표도 당시 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에 “몹시 민망하고 아름답지 않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지난 2014년 4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해 있었떤 시군구 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등 기초 선거에서 ‘무공천’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전당원 투표를 거쳐 결국 공천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사고는 정치인들이 치고, 수습은 당원들에게 맡깁니다. 폼은 정치인들이 잡고, 악역은 당원들 몫입니다”라면서 “어쩜 이렇게 비겁할 수 있지요. '착한 정치'를 '거짓 정치'로 바꾸는 기만 행위를 당원들에게 해 달라고 합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비겁한 결정을 당원의 몫으로 남겼으니 민주당은 비겁하다”면서 “애정과 분노로 덧붙인 저의 메시지는 조롱과 비난 속에서 공허의 외침으로 끝날지 모르겠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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