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 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 등이 비상용 현금으로 5만원을 쌓아두려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요인’에 따르면 올해 10월중 5만 원권 환수율인 25.4%로 지난 2009년 6월 최초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과거 금융불안기에는 경기위축 등으로 고액권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감소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5만 원권 발행액이 늘어나면서도 환수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환수율이 급락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과거 금융불안기와는 달리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여가 서비스업 등의 대면 상거래 활동이 크게 감소했다. 화폐 유통 경로상 현금입금 비중이 높은 이들 업황의 부진으로 5만 원권 환수경로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해 환수액이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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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한국은행 |
시중은행 담당자 전화면담 결과 특히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점포, 환전영업자 거래 영업점 및 ATM의 5만 원권 입금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도 환수율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비용 수요 증가는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등으로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여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위기 대응을 위해 이뤄진 추가 금리인하 조치로 현금보유 기회비용이 더욱 낮아짐에 따라 가치저장 및 예비용으로 고액권 화폐를 쌓아두려는 성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5만 원권은 환수율은 타 권종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락폭 또한 저액권인 5천 원권과 천 원권 대비 컸다. 실제 같은 기간 5만 원권의 환수율 하락폭은 전년동기대비 –39.4% 포인트였다. 만 원권은 –34.7%포인트, 5천 원권은 1.3%포인트, 천 원권은 –1.3%포인트를 보였다.
만 원권의 경우 환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으나, 올해 하반기중 5만 원권 공급량 관리 등에 따른 5만 원권 대체수요로 발행액이 크게 증가(27.4%)하는 등 5만 원권 수급 사정에 따른 영향이 컸다.
이같은 현상은 주요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에서도 저금리 기조 기속과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현감접근성 약화 등에 따른 예비용 화폐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다만 주요국 고액권 대비 5만 원권 환수율이 더욱 낮은 것은 5만 원권이 생애주기상 수요 성장기에 있으며,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융불안기 고액권 환수경로가 영향을 크게 받은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