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계열사 없던 창업 초기 '광주고속' 시절로 사실상 회귀
전략경영실, 26년만에 전격 폐지…금호고속 임원도 일부 퇴진
박 사장 몸 담은 아시아나IDT도 매각 대상…금호산업 합류 전망
   
▲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겸 상무/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그룹 컨트롤 타워를 없애고 정기 인사를 실시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착수하면서 '박삼구 지우기'와 함께 경영 승계에 나섰다는 평가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8일 임원 정기인사를 발표했고 다음날 26년만에 전략경영실을 전격 폐지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후계자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체제로 전환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다.

박삼구 전 회장이 수장에 오르면서 1994년 8월에 생겨난 전략경영실은 회장 부속실 산하 비전 준비팀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10여년 전 대우건설·대한통운 등 무리한 인수·합병(M&A)를 주도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지난 11일 금호고속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임원 변동 사항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박홍석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부사장이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현직 사내이사로는 △김현철 대표이사 △이덕연 금호익스프레스 대표이사 △양동수 금호고속 상무 등이 등재돼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겸 상무의 의중이 적극 반영됐다는 게 재계 전언이다.

경영난에 빠져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발표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아 난항을 겪어왔다. 최근 들어 한진그룹이 한진칼·대한항공을 통해 인수 의사를 적극 밝혀 관련 작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9일 경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경영실을 전격 폐지했다. /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항공 계열사 통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 재무구조 개선·사명 변경·신사업 비전을 수립할 계획이었지만 사령탑의 부재로 용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M&A에 관한 전권이 사실상 한국산업은행 수중에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따른 조직 경쟁력 약화와 닥치게 될 위기는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조직 재정비 등 혁신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그룹 3세 경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아시아나IDT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나온만큼 박세창 사장은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사장은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임원 정기인사에서 박 사장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등기임원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경에는 아시아나IDT 사장직을 사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정리를 마치면 굵직한 계열사는 금호산업(금호건설)·금호익스프레스·금호고속·금호터미널만 남게 된다"며 "그룹이 해체된만큼 사명에서 '아시아나'도 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금 박인천 초대 회장이 1946년 광주택시·광주고속으로 시작했던 그룹 창업 초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그룹 매출 70% 가량을 책임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공허의 유산'을 물려받게 될 박세창 사장이 아버지 박삼구 전 회장의 과오를 씻고 금호그룹을 운송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