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11.3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 조 바이든 행정부 탄생이 결정되면서 한반도 주변 외교는 ‘리셋’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액셀이었고, 바이든은 브레이크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1년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새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투명해졌다. 북미대화 재개 또는 중단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고, 트럼프 행정부부터 이어온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한중‧한일 관계도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와 관련해 ‘행정부는 교체됐어도 트럼피즘은 남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역대 최다 득표로 낙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산인 ‘미국 우선주의’가 사실상 미국사회에서 주요 흐름이 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했어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대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자신들이 비판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잇기 힘들 것이고, 그런 만큼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크게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한반도 주변 외교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관계는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31일 현재까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으면서 관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톱다운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은 없고, 북한에는 바로 이 점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포함한 대외 정책은 내년 1월20일 취임 전까진 안개속에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등 국내적으로 시급한 숙제가 산적해 있어 취임 직후에도 얼마나 대외정책 방향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야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관측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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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즉 사실상 ‘북핵 방치’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핵 능력이 이젠 방치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만 줄이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형국이 되고, 남북관계도 이런 관계 설정 하에 놓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강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선다면 미국 내 강경파들은 더욱 힘을 얻게 돼 대북정책은 강경 기조로 설정될 것이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미대화를 모색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북한도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관리에 집중하면서 당분간 무력도발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오랫동안 경색 국면이던 남북관계도 풀릴 수 있다. 북한이 북미대화에 남한 정부의 중재 역할을 원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북한에서 내년 1월 초순으로 예정된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는 유화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서 넘어올 공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3월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될 경우 북한은 강력 반발하면서 무력 도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며, 문재인정부에서 더 이상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는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드는 시기인 만큼 북미 간 중재에 나선다고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정권 교체가 예상될 경우 문재인정부가 한 약속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북한이 남북대화에 더욱 소극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한미일 연대’가 빠르게 복귀될 경우 한반도 주변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시대 대결구도가 재형성될 수도 있다.
한미관계에서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등 현안이 원만하게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의 복원을 위해 노력할수록 한중관계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에서도 미중 관계 현안으로 미국 노동자와 지식재산권, 환경보호,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안보 보장, 인권 문제 등을 들며 미중 경쟁에서 동맹의 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외교원도 최근 발간한 2021년 ‘국제정세전망’을 통해 세계질서의 양극화와 가치의 진영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관계가 신냉전으로까진 가지 않더라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칙 행위에 대해 동맹국 연대나 국제기구를 통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미중 관계의 향배가 한반도 주변국의 외교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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