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와 관련해 정부가 교섭대표단 파견은 물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의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문제가 직접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선박 억류 이후 첫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며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다. 그들은(한국은) 이란 국민이 우리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ᄄᅠᆫ 추가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이란 양국 정부는 최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동결된 자금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송금하면 이란이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이란이 제재와 관련해 미국에 불만을 갖고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란은 그동안 한국과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억류가 ‘MT-한국케미호’의 환경오염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면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 문제와 상관없는 사항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란은 우리정부의 교섭대표단 파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또 오는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에 대해서도 이란은 한국 선박의 억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선박 억류는 사법기관에서 법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만큼 외교적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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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2021.1.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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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측은 우리 선박을 억류한 이유에 대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사법당국이 이번 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선사는 “일체의 오염행위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측이 제시한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 관련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며 전날 아프리카중동국장과 주이란대사 간 면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에 대해선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를 앞당기기 위한 셈법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란 핵합의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 방송은 “한국 선박이 오염 물질을 배출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란은 이번 억류를 통해 걸프 해역의 항행에 대한 이란의 잠재적 영향력을 각인시킨 것”이라며 “이란의 동결 자금이 있는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립적 희생자”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외교부는 “현 단계에서 추측성 분석은 불필요하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 사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라는 이란의 완고한 입장을 볼 때 신속한 해결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외교부는 6일 오전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억류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의 하나로 ▲환경오염 관련 이란 주장의 진위 ▲공해·영해 여부 논란 ▲우리선박 승선 과정에서의 국제법 준수 여부 등 쟁점에 대한 사실확인 및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주이란 한국대사 채널을 활용하고 국회 외통위원장-이란 외교안보위원장 간 협의를 주선하는 등 이란 측과 소통하고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담당 영사를 이란 반다르아바스에 파견해 한국 선박 선원과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외교부는 미국, 유럽연합(EU)과 카타르, 오만을 포함한 친이란 성향 국가, 억류 선원 소속국인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과도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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