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방역대책, 부실한 집행…국가인권위에 무더기 진정 접수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서울 도심 속 아파트형 교정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불거진 '수용자 인권 실종'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우려된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진행된 6차 전수조사에서 미결정 상태였던 수용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전날 대비 확진자가 5명 증가하면서 전국 교정시설의 누적 확진자는 1210명(수용자 1133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총 3명 나왔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5213명)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방역대책이 늦었을 뿐더러 부실하게 집행된다는 우려가 연일 제기된다는 점이다.

   
▲ 2020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차 전수조사까지 동부구치소는 여성수용자들에 대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자 동부구치소 측은 뒤늦게 7차 전수검사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집단감염 위기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는 법무부의 부실 대응은 동부구치소 뿐만이 아니다.

전남 순천교도소의 경우 코로나 진단 검사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항원검사'가 아니라 항체 보유 여부를 판별하는 '신속항체검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키트를 잘못 구매하여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예산 낭비가 일어난 셈이다.

교도소 내에서 일회용 주삿바늘을 재사용한 관행도 밝혀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제출받은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인권위 진정 조사현황'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1월 2일 법무부와 A교도소장에게 '구금 시설 내 일회용 주삿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진정과 관련해 구제 조치를 권고했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피진정기관(교도소)을 주의조치하고, 교도소의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실태를 점검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는 동부구치소 뿐만 아니라 교정시설 내의 코로나 집단감염 대책 관련 진정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교정시설 수용자들로부터 "코로나 의심증상을 호소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진정, 가족이 수용자 확진 여부를 문의해도 답변 받지 못한다는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수용자들에 적절한 의료 조치를 보장하고 내부 처우를 알릴 수 있도록 통신 수단을 허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보호외국인의 경우도 모찬가지다. 이주난민 인권단체들은 '전국 3개 외국인보호소 수용인원이 평소의 2배 이상 늘어났고 한 방에 5~12 가량 함께 지내고 있는데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는 보호외국인들의 말을 전하면서 성토하고 나섰다.

법무부의 예산 편성 및 운용도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밝힌 법무부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범죄예방정책국 산하 소년원과 치료감호소에 방역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 서울동부구치소는 재판 중에 있는 미결수용자의 구금확보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사진은 구치소 전경이다./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질의하자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며 "시점을 보면 동부구치소에도 무증상 수용자가 대거 들어왔다고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살려주세요' 피켓을 밖으로 보이며 고발을 감행한 수용자에 대해 "신체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불안했을 것"이라며 "가급적 처벌보다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추 장관은 "정무직 공직자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다"며 "그런 의미에서라면 송구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교정시설별 확진 수용자는 1055명으로 서울동부구치소 677명, 경북북부2교도소 341명, 서울남부교도소 17명, 광주교도소 16명 순이다.

동부구치소가 8일 여성을 포함한 수용자 574명에 대해 7차 전수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주말을 고비로 풀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