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밝힌 2021년 신년사에서 크게 달라져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면서 ‘공급 확대’를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해 투기 억제에 집중된 주택 정책이 실패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짧게나마 주택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추석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에서 부동산 정책이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에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1월 4~8일 집계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5.5%로 나타나 6주째 30%대를 기록한 중에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취임 후 최저치이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도 1.0%포인트 오른 60.9%로 60%대를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는 주택정책 실패와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꼽힌다. 이날 문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 비전으로 ‘회복‧도약‧포용’을 제시하면서 특히 권력기관 개혁 문제에 대해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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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1.1.11./사진=청와대 |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없이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는 연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에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비전을 ‘회복‧통합‧도약’으로 밝혔다가 이날엔 “2021년 우리 목표는 회복과 도약이다. 거기에 포용을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년인사회 이후 나온 ‘통합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말한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더욱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과 관련해 우선 코로나19에서 온전하게 일상을 회복하고, 경제 회복으로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격차가 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회복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 달부터 백신을 우선순위로 전 국민에게 무료 접종하겠다고 밝혔으며, 동시에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해 백신 개발도 계속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며, 110조 규모 공공‧민간 투자 프로젝트 추진과 한국판 뉴딜의 본격 추진, 지역경제 활성을 위한 규제자유특구 신설 지원 등을 강조해 언급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선 코로나19 공동 대응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유엔연설 등에서 제안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에 북한이 동참하기를 요청하면서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통일의 길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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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1.1.11./사진=청와대 |
하지만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이번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증강을 천명하고, 우리정부가 제안한 방역 협력, 개별관광,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고 비판해 사실상 협력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면서 “멈춰 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탄생으로 미국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시사하고, 짧게나마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향후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추진할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비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오전 10시 평소보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신년사를 연설할 청와대 본관 현관에 섰다. 신년사도 “신축년 새해 희망을 기원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새해가 새해 같지 않다는 말이 실감난다”는 말로 시작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검정색과 회색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맸던 것과 달리 2018년과 2019년 신년사 발표 때 착용했던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기자회견이 분리돼 진행된다. 신년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새해 국정운영 방향’이 기자회견과 함께 진행되면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조만간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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