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결산]인물로 본 금융권 핫 이슈④ 보험·카드…손경익·심재오·박상훈, 정해붕, 정태영, 정문국, 신창재, 장남식, 이수창

2014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를 정리해본다면 다사다난했다. 저성장·저금리의 파고는 컸다. 보험업계는 자산운용에 애를 먹었으며 지능화된 보험사기로 손해율을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초 카드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해당 카드사 CEO들이 쓸쓸하게 퇴장했다. 하나-외환 카드부문의 통합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조기통합의 전초전이었던 만큼이나 논란이 뜨거웠다. 카드 통합 정해붕 초대 사장의 시너지 철학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 하반기 복합할부 수수료를 두고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힘겨루기가 핫 이슈였다. 협상 과정 중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존재감에 불똥이 튀었다.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ING생명의 행보가 관심을 모았다. 관치논란에서 자유롭게 된 각 보험협회장 선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업계를 대변해줄 협회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희비가 엇갈린 금융권의 핫 이슈를 인물로 통해 결산해본다. <편집자 주>

   
▲ 올 한해 카드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 카드사 CEO가 사퇴하는 홍역을 겪었으며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논란이 하반기를 장식했다. 보험업계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이슈로 부상했으며 각 보험협회장의 관치논란이 수그러들었다./뉴시스
개인정보 유출, 고개숙인 카드사 CEO

   
▲ 왼쪽부터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뉴시스

올해 초부터 카드업계는 개인정보 대량유출로 시끄러운 한해를 보냈다. 이로 인해 고객정보가 유출됐던 카드사의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은 책임지고 물러나게 됐다.
 
지난 18일 신용평가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카드사 3곳에서 약 1억명 가량의 고객 개인정보를 빼돌려 검찰에 구속됐다.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카드사 고객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에 문제가 발생한 카드사들의 홈페이지나 콜센터는 문의 고객 폭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또한 해당 카드사는 카드를 재발급하거나 정지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카드사에 3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는 물론 카드사 수장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당국은 박상훈 롯데카드 전 대표에게는 해임권고를, 손경익 농협카드 전 분사장에게는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고 이들은 4~5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하는 기회를 잃었다. 국민카드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추가 검사를 실시하면서 제재 결정이 미뤄졌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은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잃게 한 사건이였으며 금융권에게는 보안업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통합 하나카드 탄생, '시너지' 기대감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왼쪽),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오른쪽)/뉴시스
지난 1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한 '하나카드'가 공식 출범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한 하나카드의 첫 번째 수장은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에게로 돌아갔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은 이미 예견된 일이였다. 하나금융그룹은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말부터 카드사업 분사를 추진하고 외환카드를 설립해 하나SK카드와 통합을 계획해왔다.  하지만 하나-외환은행간 조기통합의 첫 단추였던 만큼 카드부문 통합의 진통은 컸다.
 
금융위원회의 하나SK카드, 외환카드 합병 예비인가가 나면서 통합 출범하게 될 새로운 수장의 유력 후보로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과 권혁승 외환카드 사장이 떠올랐었지만 결국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두 카드사가 통합함에 따라 하나카드는 개인 신용카드 기준으로 회원수 520만명, 자산 6조원, 연간 매출 50조원에 이르게 됐다. 또한 국내 카드 시장점유율 4%대를 기록하던 하나SK카드는 외환카드와의 통합을 통해 하나카드로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8%로 올라 중견카드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나카드는 기세를 몰아 오는 2025년까지 연매출 140조원, 순익 5000억원,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은 출범식 자리에서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외환카드의 '역사'와 모바일카드 시장을 선도해온 하나SK카드의 '혁신'을 결합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복합할부' 논란과 존재감 
 
   
▲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뉴시스
카드업계와 현대자동차가 복합할부금융 상품 관련 수수료율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으로 번지자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리더십이 새삼 화제가 됐다. 
 
한때 기아·현대차의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지배적이었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입지가 카드사의 활발한 복합할부금융 시장 진출로 인해 좁아지고 있어 현대차가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자동차를 사게 되면 캐피탈사에서 구매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에게 매달 할부금을 받게 된다. 자동차회사는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지급하고 카드사는 자동차회사로부터 받은 가맹점 수수료를 캐피탈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 취급액이 지난 20108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으로 4배 이상 오르자 수수료 부담을 호소했다. 카드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불필요한 수수료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카드사에서 복합할부금융을 내놓기 전 현대캐피탈의 기아·현대차 할부금융 점유율이 80% 가량에 달했던 것처럼 독과점 구조 우려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을 주장하며 반박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손을 들었고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 폐지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다. 현대차와 수수료율 협상의 첫 타자는 국민카드였고 1.85% 수준이었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1.5%로 조정하는데 합의했다.
 
이어 두 번째 타자였던 비씨카드와는 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해줄 것을 비씨카드에 제시했지만 비씨카드는 1.5% 수준을 주장하면서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과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뜨거운 감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 정문국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뉴시스
올해 생명보험업계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금융당국과 정문국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있었다.
 
지난해 금감원은 ING생명을 상대로 검사하던 중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과 달리 일반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 것을 적발하고 제재 조치를 가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에 비해 보험금이 2배가량 많지만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 2년 이후 사망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과 달리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온 것이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다른 생보사에도 검사를 나섰고 교보생명, 삼성생명, 신한생명 등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지급 관련 민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첫 주주인 ING생명의 행보만 지켜볼 뿐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보사들은 약관상의 표기 실수이며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ING생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제재조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제재조치에 강제성이 없다는 금감원의 의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아직 본안 소송은 판결이 결정나지 않은 상황이다.
 
멈춰선 인수합병의 꿈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뉴시스
우리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막판에 입찰 참여를 유보하면서 우리은행 매각은 또 한번 주저앉게 됐다.
 
신 회장이 올해 초 신년인사회에서 "10년 전부터 은행에 관심이 있어왔다.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은행에 인수에 대한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우려도 터져 나왔다. 몸집이 큰 우리은행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심을 표명한 곳이 없어 유효경쟁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사업의 다각화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보험업을 하고 있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면서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번번이 시도했다가 좌절했던 우리은행 매각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감이 모였었다.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에도 힘쓰던 교보생명은 입찰 직전 돌연 인수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측은 "해외공동투자자, 컨설팅사와 지분인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기한 배경을 두고 무성한 말들이 오갔다. 
 

'관치 논란' 해방, 그러나

   
▲ 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자리에 민간 출신이 차지하면서 보험협회는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지난 8월 손해보험협 제52대 회장 자리에는 장남식 전 LIG손해보험 사장이 선임됐다. 손보협회장에 민간 출신이 자리하게 된 건 메리츠화재 출신의 박종익 전 협회장 이후 12년 만이다.
 
장 회장은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또한 범한해상화재(LIG손보)에 입사한 뒤 럭키생명(현 우리아비바생명) 부사장과 LIG손보 사장 등을 역임한바있다.
 
   
▲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생명보험협회
장 회장의 이어 지난 4일 생명보험협 제33대 회장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생보협회는 한국상업은행장 출신 배찬병 전 생보협회장 이후 10년만에 민간 출신 협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이 회장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예천 대창고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 이사, 삼성생명보험 상무이사, 삼성화재 부사장, 삼성화재 사장을 거친 후 지난 20064월부터 20116월까지 삼성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이들의 선임과정에서 윗 선의 눈치를 보면서 발빠른 선출이 아쉬었다. 그간 협회장 자리는 업계 전문경영인보다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관행이 몸에 배어 있는 듯, 금융당국도 알아서 하라는 신호를 보였지만 의중을 놓고 의아해 했다.  그럴수록 선임 기간이 길어졌으며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번 협회장 선임이 관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우울한 업계 현실을 깨닫고 대변할 수 있는 협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