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말기유통법(단통법) 무시한 보조금 대란 주범 ‘아이폰6’ 16기가가 국내 창고에만 10만대가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아이폰6 16기가만은 골칫덩어리로 남은 것.

통신사 입장에서는 아이폰 16기가 모델이 꼭 처분해야 하는 악성 재고로 남은 것이다. 과거 아이폰5S 시절에도 16기가는 떨이로 팔아도 재고가 항상 있었다.

   
▲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고객 행렬.

아이폰6가 골칫덩이로 전락한 이유는 애플의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애플이 항상 16기가 모델에 대한 ‘미니멈 게런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64기가 모델을 선호한다. 16기가 제품의 경우 운영체제와 필수 애플리케이션 등의 저장공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0~12GB 정도다. 동영상과 게임 등을 즐기는 국내 소비자들은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기업들이 줄줄이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아이폰6 16기가 판매량은 더 줄어들고 재고는 쌓여 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가 쌓이니 사실상 판매점과 대리점은 보조금을 많이 풀어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제2의 ‘아이폰6 대란’ 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0월 발생한 ‘아이폰6대란’ 주범으로 꼽히는 이통사들에게 과징금 8억원을 부과하며 불법보조금 지급을 막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불법보조금을 막기 위해서만 눈에 불을 켜고 있지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방안은 뒷전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합리한 시장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야심차게 제정한 단통법은 한계에 부딪혔다. 보조금을 투명화해 누군 비싸게 사고 누군 헐값에 사는 일이 없게 만들겠다고 나온 법이 누구나 차별 없이 비싸게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현실이 됐다.

업체는 팔리지 않는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틀렸고 비싸게 구매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한다면 정부는 국민 모두를 공평하게 ‘호구’로 만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지출은 월 16만원. 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민들은 비싼 휴대폰 단말기와 과도한 통신요금을 항상 내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단말기 보조금 문제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것만으로는 결코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없다.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단말기 가격 부풀리기, 이해하기 어려운 약정, 비싼 요금제 등의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