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2020년 정부입법 분석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
규제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지난해 기업 관련 규제 벽이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에서는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신설·강화규제에 대해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부입법을 통해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전년 대비 55.0% 늘었다고 20일 밝혔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1510건 가운데 96.4%(1456건)는 비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받지 않았고, 83.8%(1265건)는 국회심의가 필요없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에 규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규제인 상법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등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았다. 상법과 의원발의 입법안은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영향평가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안, 징벌적손해배상법안도 규제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규제신설·강화를 위한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건수는 총 1510건으로 전년(974건) 대비 55.0%, 직전 3개년(2017~2019년) 평균(1050건) 대비 43.8% 증가했다. 신설규제는 1009건으로 2019년(543건) 대비 85.8%, 직전 3개년 평균(604건) 대비 67.1%로 증가했다. 강화규제는 501건으로 2019년(431건) 대비 16.2%, 직전 3개년 평균(446건) 대비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규제 신설·강화 추이를 건수 기준으로 보면 2012년에 1598건으로 가장 많았고, 2020년이 1510건으로 2위, 2016년이 1491건으로 3위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0년이 55.0%로 1위, 2016년이 45.9%로 2위, 2012년이 28.0%로 3위를 차지해 정권 후반에 신설·강화 규제가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1510건의 신설·강화 규제중 예비심사를 거쳐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는 3.6%인 54건이었다. 신설규제의 3.2%(32건/1009건), 강화규제의 4.4%(22건/501건)만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의 본심사를 거쳤다. 신설·강화 규제 중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철회권고'를 받은 경우는 3건으로 전체(1510건)의 0.2%였다.

   

신설·강화규제의 83.8%는 국회심의를 받지 않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을 통해 만들어졌다. 법령위계별로 보면 시행규칙에 규정한 경우(31.7%)가 가장 많았고, 시행령(29.5%), 고시·지침·규정·요령 등 행정규칙(22.6%), 법률(16.2%) 순이었다.

전경련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설·강화규제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정부발의)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인 ‘행정규제의 개념 및 판단기준’에서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의원입법이라는 이유로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등 규제심사 시스템에 큰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는 입법주체나 법안의 종류와 무관하게 규제가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설·강화돼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상법상 규제나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 평가를 거치도록 포괄적 규제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 심사 비율도 높이는 등 현행 심사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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