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불법 사모펀드를 판매한 책임을 물어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에 중징계 통보를 내리면서 이와 연루된 은행들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임원 대다수에게 문책 경고 또는 직무 정지 등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점을 고려해 은행권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제재 첫 대상인 기업은행에 중징계가 통보되면서 사모펀드를 판매했던 은행들도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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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업은행과의 간담회 내용을 발표한 후 규탄성명을 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8일 사모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펀드를 판매할 당시 기업은행을 이끌었던 김 전 행장에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 대상의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 경고 이상을 받으면 향후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제재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김 전 행장은 향후 금융권에서 취업이 제한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원, 219억원의 환매가 중단됐다. 기업은행은 또 대규모 환대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 294억원을 판매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열린 3개 증권사(신한금융투자·KB·대신)의 제재심 사례를 비춰볼 때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임원 중징계 등을 의결했다.
실제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문책경고' 등을 받았다. 이는 향후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받는 중징계로, 현재 진행 중인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은행권에 중징계 처분이 내려오면서 향후 열릴 은행들의 제재심에서도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내달부터 신한‧우리‧하나‧부산‧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면서도 "금융사들의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에 따라 제재 수위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