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이 연초부터 '관치금융' 압박에 시름을 앓고 있다. 최근 집권 여당이 '이익공유제' 주요 참여 대상으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을 지목하며 관치금융에 불을 지핀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배당금 축소를 공식적으로 권고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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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제공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들에 올해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을 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은행지주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은행지주회사 8곳과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은행 6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을 가정했다.
평가 결과 U자형(장기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지본비율은 최소 의무비율을 웃돌았지만, L자형의 경우 상당수 은행이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은 유지하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에서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지난해 말부터 배당 축소방안에 대해 협의해왔지만, 구두가 아닌 공식적인 권고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에선 '권고안'이라고는 하지만 이행을 압박하는 '경고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은행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배당축소 권고안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은행권은 배당축소 권고안은 저평가된 은행주를 더 끌어내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신한·KB·하나금융 등 주요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0%가 넘는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배당축소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면서 "배당정책의 일관성 훼손과 신뢰도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금융사가 결정할 사항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관치'에 대한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19일에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익공유제의 일환으로 금융권을 향해 "은행권이 이자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치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은행의 이익공유제 발언 등 금융사가 결정할 사항에 대해 선을 넘어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우려스럽다"면서 "논란을 의식해 '자발적인 참여'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