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한미 정상통화에 앞서 한중 정상통화가 전격 이뤄지면서 한미 정상간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통화를 끝낸 상황에서도 한미 정상통화과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전화통화와 관련한 질문에 “곧 이뤄질 것이란 말씀만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의 중”이라고 말해 한미 정상통화 일정이 아예 정해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통화는 이르면 우리시간으로 29일 새벽이나 늦으면 다음주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일 정상통화는 28일 새벽 12시45분에서 1시15분까지 통화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정책과 국제적 도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cornerstone·코너스톤)로서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양 정상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해 미일안보조약 제5조에 따른 미국의 흔들림 없는 일본방위 약속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 양 정상은 중국과 북한을 포함해 역내 안보 문제도 논의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확인했다. 양 정상은 전염병 대유행 억제, 기후변화 대처, 공동 가치와 글로벌 안보 및 번영 증진을 위한 대응에서도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앞서 스가 일본총리와 통화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009년 1월 취임한 뒤 그달 29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 같은 달 30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다음 달인 2월 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아시아 국가 중 세번째로 통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7년 1월 취임한 뒤 그달 2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같은 달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데 이어 같은 달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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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
따라서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일본총리보다 문 대통령과 먼저 통화할 것이란 기대는 낮았고, 연이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미일 정상통화가 끝난 직후에도 한미 정상통화가 곧 이뤄질 것이란 조짐이 없자 지난 26일 밤에 있었던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통화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강경책을 천명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를 ‘친중 행보’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이번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에 대해 각각 설과 춘절을 앞둔 신년인사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미국에 앞서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 ‘동맹 흔들기’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침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전날 미중은 신경전을 벌였다. 시 주석은 25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겨냥해 “작은 파벌을 만들거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건 분열과 대결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백악관은 “지난 몇 년간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더 전체주의 체제가 됐고, 국회적으로는 더 독단적으로 변했다”며 “중국은 우리의 안보와 번영에 새로운 위협이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동맹국들과의 논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전략적 인내’를 언급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정책으로 전면전을 피하면서 제재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중국을 상대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이틀 뒤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통화를 했다. 미국 대통령은 통상 취임 이후 캐나다 등 주변국에 이어 유럽 국가와 먼저 전화외교를 한 뒤 아시아 국가와 통화를 갖는다. 이번 미일 정상통화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다.
한편, 일본언론은 앞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통화와 관련해 중국이 고립을 피하고자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28일 “시 주석이 바이든 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과 관계 강화에 나서는 타이밍에 문 대통령과 협의했다”며 “미국 등에 의한 ‘중국 포위망’ 형성에 대항하고 쐐기를 박으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약 8개월만에 이뤄진 한중 정상통화가 하필 바이든 대통령 취임 계기 각국과 정상통화가 이뤄지는 일정 가운데 이뤄지면서 중국의 의도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일 정상통화 이후에도 한미 정상통화에 대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면 한미공조가 원활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며 “한중 정상통화가 끼친 영향을 포함해 한국이 일본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원인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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