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음을 밝히며 '서바이벌 플랜'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사측의 희망퇴직 시행에 반발해 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생존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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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사진=미디어펜 |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뇨라 사장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임직원들의 자택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회사가 보유한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소진됐다"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시뇨라 사장은 올해도 비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35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고, 지난달 보유 현금이 1000억원가량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은 실적 부진 속에서 고정비 지출 부담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판매와 생산 모두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에는 변동이 없다 보니 회사의 손실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시뇨라 사장은 "과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며 "르노그룹 내 공장들 간 제조원가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차종과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내 경쟁 상대인 스페인 공장 대비 30% 이상 높은 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노라 사장은 최근 르노그룹이 비효율·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르놀루션' 경영 전략을 발표하며 국가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한 뒤, 회사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바이벌 플랜의 목표를 국내 시장에서의 상품 가치 제고, XM3 유럽 수출 모델의 가격 경쟁력 확보, 구조조정 등의 세 가지로 제시했다.
르노삼성은 서바이벌 플랜의 일환으로 이달 26일까지 2019년 3월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직원 대상 희망퇴직 이전에 임원들이 선제적으로 고통분담에 나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뇨라 사장은 "서바이벌 플랜을 공식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을 20% 삭감했다"며 "XM3 유럽 수출 모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 본부별로 다양한 활동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경험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사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대한 신속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현금이 급격히 소모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르노삼성 노사는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노사는 설 연휴 이후 6차 본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기본급 인상과 희망퇴직 등에 대한 이견이 커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2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 돌입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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