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꺼내 놓고 아파트 규제를 퍼붓고 있어 오피스텔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오피스텔 값은 아파트를 넘어설 정도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청약만 진행하면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길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피스텔이 청약자격요건과 대출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전매(일부 제외)도 가능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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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일대 오피스텔 전경./사진=연합뉴스 |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서울 중구 황학동 일대에서 공급한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은 지난 3~4일 진행한 청약 접수에서 총 522가구 모집에 6640명이 몰려 평균 12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마감에 성공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타입은 51㎡B타입으로 총 1실 모집에 180건이 접수돼 180대 1의 기록을 세웠다.
해당 단지는 전용면적 34㎡~51㎡의 1.5룸~2룸으로 구성됐다. 소형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최고 6억6800만원에 책정돼 ‘고분양가’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이에 앞서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로또 청약’으로 신청자가 몰린 단지도 있었다. 지난달 20~21일 청약을 받은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에는 282실 모집에 무려 6만5503명이 접수해 평균 2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한 3단지는 무려 8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62실 모집에 무려 5만1709명이 몰렸다.
오피스텔 84㎡의 경우 분양가가 9억3500만~10억7300만원으로 아파트 분양가(84㎡ 7억7000만~8억5,600만원)보다 2억원 가량 더 높았음에도 신청자가 더 몰렸다. 특히 오피스텔 3단지의 경우 100실 미만(62실)이어서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만 되면 바로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곳 외에도 아파트 대체가 가능한 중형 오피스텔의 몸값은 훌쩍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 지난해 12월 공급된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오피스텔은 84㎡ 분양가가 최고 9억7000여만원에 책정되며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지만 평균 9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수도권 외에도 대전 ‘힐스테이트 도안 2차’가 67대 1, 대구 ‘중앙로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이 75.2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였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거주지 제한요건과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청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권은 취득세와 양도세 산정 시 주택수에 포함되므로 세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 아파트는 올해 1월부터 조정지역의 분양권도 주택수에 포함돼 조정지역 내 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 중과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오피스텔 분양권은 취득세 및 양도세 산정 시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세금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여러 가구를 소유하고 있어도 무주택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게다가 재당첨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오피스텔은 취득 후 실제 사용하기 전까지 용도(주거용, 업무용)가 확정되지 않는다. 오피스텔 분양권은 주택수에서도 포함이 안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취득세는 주택이나 오피스텔 보유여부와 상관이 없이 세율이 4%에 불과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오피스텔을 통한 규제 회피 시도가 늘었고, 여기에 극심해진 전세난 여파로 주거 수요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가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비교적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인근 아파트보다 시세가 높게 책정된 것에 투자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분양가가 높아 초기 투자금이 높으면 임대수익을 생각한 투자자는 기대 수익률을 채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0.67%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대구(-1.59)와 울산(-2%)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뒤를 이어 서울과 인천 등이 약 1.8% 가량 하락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규제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 유입이 많다"며 "지난해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금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오피스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아파트값 만큼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오피스텔이 있는데, 적정 수준을 넘어서 거품까지 보이고 있기 떄문에 정부 규제에 묶일 우려가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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