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철책 배수구 통과해 해안도로 타고 내려와, 군 장비에 포착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 “분명한 과오 있어…엄중하게 인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군이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일대에서 발견해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은 ‘머구리’ 잠수복을 입은 민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의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해상을 통해 남하했고, 해안으로 육지에 올라와서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한 뒤 도로를 걷던 중 발각됐다. 

이 남성이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면서 군의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군의 작전 끝에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 남성은 이미 군 감시장비에 몇차례 포착된 것으로 합참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12년 북한군 병사가 우리측 초소 문을 두드리면 귀순 의사를 밝혔던 이른바 ‘노크 귀순’과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기계체조 선수처럼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었던 ‘월책 귀순’ 이후 이번엔 ‘헤엄 귀순’으로 최전방 철책이 3개월여만에 또 뚫린 것이다.

17일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 남성이 우리 군에 포착된 지점은 강원도 고성군의 민통선 내 제진검문소 부근으로서 육군 제22사단 관할 구역이다.

검문소에서 근무를 서던 우리 군은 이날 오전 4시20분쯤 현장에 설치돼 있는 CCTV 카메라 영상을 통해 한 남성이 북쪽으로부터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고, 이후 해당 보고를 받고 출동한 인근 군부대 병력이 오전 7시20분쯤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 검문소는 민통선 내에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긴 하지만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군 감시초소(GP)나 남방한계선 부근 일반전초(GOP)에 비해선 훨씬 남쪽에 있다.

따라서 이 북한 남성이 육로를 통해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다면 ‘노크 귀순’이나 ‘월책 귀순’처럼 이 지역의 경계·감시체계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에 북한 남성이 철책이나 해안지역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으로 올 때까지 우리 군은 전혀 몰랐다. 

만약 이 경로를 불순한 목적으로 완전 무장한 북한 군인이 이용했더라면 무방비로 당할 수도 있었다. 현재 합참은 관계기관과 함께 이 남성을 심문 중에 있지만 이날 북한 남성이라는 점 외엔 연령이나 인적사항, 남하 경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은 해당 지역의 사단은 지상과 해상 지역을 함께 관할해야 하는데다가 다른 사단에 비해 임무지역이 너무 넓다는 지적도 있다. 평지가 아니라 산악지형이므로 사각지대가 더 많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이 남성이 바다를 헤엄쳐서 남한으로 온 평범한 탈북민이라고 하더라도 군의 대북 경계태세가 뚫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합참은 해당 부대가 관련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경계작전 요원과 경계시설물 관리 등 해안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평가한다”며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해 엄정한 조치를 통해 경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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