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다 한미훈련의 종료 시점이어서 곧 있을 한미 회담에 경고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 담화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관련해 3개월 이상 이어지던 긴 침묵을 깬 대외 메시지로서 이날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다. 특히 60년 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해체와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해 문재인정부를 최대한 압박했다.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6월 4일 대북전단 중단을 주장하는 담화를 발표한 이후 두 번째 남한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평가된다. 김 부부장은 한미훈련을 실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하면서 우리정부가 해온 설명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한 김 부부장은 남한에 대해 “태생적인 바보” “떼떼”(말더듬이)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 “얼빠진 선택” 등 막말을 늘어놓았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면서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문제 ▲금강산국제관광국 비롯한 관련 기구 폐지 두가지 문제를 검토하고 있고,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남한정부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하겠다면서 “북남 군사 분야 합의서도 시원하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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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이로써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가가 있을 경우 임박한 상황이다. 또 2018년 2차 남북정상회담인 9.19 평양정상회담의 산물인 남북군사합의 폐기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남북군사합의 폐기가 남북관계를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 조평통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기구를 폐지하는 것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경고한대로 실행할 경우 지금까지 남북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과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더 크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공식 제시된 만큼 단순히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미중 간 전략적 대결과 북한 인민의 변화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 방식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새판 짜기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김여정 담화’는 17일 방한하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대북 메시지와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결과 등에 따라 실제 행동에 옮겨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특히 북한은 지난 2월 바이든 정부의 접촉 시도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끝냈다면 그 행동은 빨라질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장기적 갈등 체제에 돌입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결속을 강화할 것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대중 정책의 일부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미국과 기싸움 수위를 높일 것이고, 남한에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부는 16일 김여정 부부장 대남 비난 담화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에 대해 미국과 논의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는 이번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을 포함해 다양한 계기에 한미 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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