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했으나 미국측은 압박과 외교적 수단을 병행하는 동시에 중국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제기해 해법에서 시각차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가 이번에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해나가기로 합의했으므로 일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을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조율하겠다”고 밝혀 최종 전략 수립 시 자칫 한국이 ‘약한 고리’로 전락할 우려가 나왔다.
한미의 시각차는 이번에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와 ‘중국’ 표현이 빠진 것에서도 감지됐다. 이 단어는 사실상 미국 두 장관의 이번 한국·일본 순방의 목표를 대변하는 것이고, 특히 그동안 한미 간 채택한 합의서에서 ‘비핵화’가 빠진 전례는 거의 없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는 비핵화와 관련해 각각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비핵화’라는 다른 용어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the DPRK)라고 표현했다. 블링컨 장관이 방한하기에 앞서 일본에서 가진 미일 2+2회담 결과 채택한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적시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야 했다. 그는 지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인용하며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고, 남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 포기를 선언했으므로 남아 있는 북한도 비핵화하자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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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한미 2+2 외교·국방장관회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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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 훼손·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로 사실상 우회적인 표현을 적시했다.
대신 블링컨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안보, 번영에 도전을 가하는 공격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중국의 행위는 우리 동맹들간 공동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의 중국 압박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 가능성도 검토할 것”이라며 “목표는 분명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미국과 동맹에 가하는 위협을 축소하고, 북한주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주민에 대해 “억압적인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유린으로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에 블링컨 장관은 “수주 내 대북정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고, 따라서 이번 미국측의 방한에는 동맹간 조율 외에도 북한과 중국을 향해 ‘보여주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여러차례 대북 접촉 시도를 했고, 블링컨 장관은 한국을 떠난 직후 중국과 고위급회담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8~19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일본에 이어 한국, 중국과 마주하는 숨 가쁜 외교 일정을 끝낸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간 인식차를 어떤 정책으로 극복할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2+2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드러난 한반도 및 지역 문제 협력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대화에 착수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19일 고위급협의를 진행했다. 확인된 입장차를 줄이고 상호 협상 가능성이 있는 의제를 조율해 향후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반영하기 위한 수순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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