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직 마저 물러나며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선대의 숙원사업인 쇳물에서 제품까지 일관체제를 완성하고 자신의 숙원이던 고급차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이제는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지속가능한 미래먹거리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차그룹의 정신적인 지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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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미디어펜 |
24일 관련업계와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재 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퇴임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자동차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회사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몇년간 현대차·현대제철·현대건설 등의 사내이사에서도 차례로 물러난 바 있다. 마지막까지 유지했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 그룹 내 공식 직함을 모두 내려놓게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2년의 임기가 남아 사내이사를 유지했고, 여전히 1년이 남아있지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그룹 총수로 공식 취임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회사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정몽구 명예회장 개인에게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74년 현대차써비스 운영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다. 이후 1977년부터는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 사장을 겸임했다. 현대정공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회장 직함을 단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정공 사업목적에 '자동차제조판매업'을 추가한 뒤 갤로퍼와 싼타모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생산했다.
갤로퍼를 앞세워 경영능력을 입증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포니정'으로 불렸던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에게서 현대차의 경영권을 넘겨받고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정몽구 명예회장 스스로도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에서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그룹으로 독립한 뒤에도 'MK 가신'으로 불렸던 현대정공 출신 인사를 오랫동안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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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유럽시장요충지인 인도현지를 방문해 현장을 챙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품질경영은 앞세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발전 속도를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차·기아의 1999년까지 누적 판매량은 2100만대였는데 이후 20년여년간 1억900만대가 넘는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던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기아를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시켰다.
특히 '생산과 품질 향상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품질총괄본부를 신설할 정도로 품질에 집착을 보였다. 이로써 현대차·기아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한편 정몽구 명예회장은 선대가 꿈꾸던 소재부터 제품으로 이어지는 일관체제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만류로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노력한 끝에 2004년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제철사업의 불씨를 지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과감한 인수금액 제시와 함께 근로자들의 고용 승계로 민심까지 얻어내며 한보철강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는 일관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이어 지난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시장에 공식 출범시키며 자신의 숙원 사업까지 완수했다. 2016년 미국에 첫 진줄한 제네시스는 매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을 획득하는 차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
선대에 이어 자신의 숙원사업이던 고급차 브랜드까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은 새로운 도약을 앞둔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글로벌 현대차그룹을 준비시키기 위한 행보"라며 "미래시장을 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보충되며 본격적인 새로운 항해의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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