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31조 유상증자 일반공모 경쟁률, 518.26:1로 흥행 성공
시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조원태 회장 적극 지지 해석
국민연금, 연임 반대하면서도 대한항공 지분 5.76% 늘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실사를 성실히 하지 않아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이유로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면서도 대한항공 지분은 크게 늘려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26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알렸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56.91%에 달하는 9978만주가 참석했고,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주주 177명이 출석했다.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은 찬성률 82.84%,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 건은 찬성률 82.82%로 의결됐다. 이 외에도 △김세진 한국펀드평가 대표 △장용성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사외이사 선임도 각각 99%대의 찬성률로 의결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김동재 사외이사 선임 건도 85.07%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은 앞서 대한항공 이사회가 제안한 조원태 사내이사·임채민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예정대로 이날 주총장에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지분율이 8.52%였으나 최대 주주 한진칼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96%였기 때문에 압도적인 표차로 안건이 통과됐다.

이번 국민연금의 반대는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과정상 실사 미실시와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어 조 회장 선임을 반대했다.

   
▲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주재하는 우기홍 사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실무진이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항공업계 판도를 훤히 잘 알고 있어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타 업계 회사의 경우 실사 과정에서 새로운 우발 채무나 귀책사유를 발견할 수 있으나 동종업계의 이슈는 잘 알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제반 상태는 손바닥 안에 있어 실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대체적인 평가가 나왔고 이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목적의 발행 주식 총수 확대 정관 변경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69.98%로 정관 변경 건이 가결됐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당초 2조5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진행코자 했으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해 40% 가량 늘린 3조3100억원으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일반공모 경쟁률은 518.26:1로 흥행 대성공을 거뒀고 신주 발행가는 당초 1만4200원을 예상했으나 1만9100원으로 뛰어 올랐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시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호재로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조 회장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 연임하면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이달 초 대한항공 주식 보유량을 기존 지분 8.11%에서 13.87%로 5.76%포인트나 늘렸다. 기업 가치가 훼손된다며 주식을 늘린 건 이익 증대를 기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건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위로 나뉘어 있어서다. 기금운용위는 실제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수탁위는 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해 논하는 기구다. 수탁위는 노·사·가입자 대표 3인씩 총 9인으로 이뤄져있는데 이 중 이상훈·홍순탁 위원은 각각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추천인사다. 특히 홍 위원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과 금융연대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찬반 표결에 대해서는 수탁위원 9명 중 5명이 반대, 4명이 찬성했다.

손발이 맞지 않는 국민연금이 이와 같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연기금 기관과는 다르게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기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노후 자금의 거취를 결정하고 있다"며 "반기업적 사고를 가진 시민단체 출신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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