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부회장 임기 만료...금융권 낙하산 인사 방지 위해 폐지 여부 검토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의 임기가 오는 15일로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업계 부회장직 페지를 놓고 금융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는 각 협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으로는 금융당국이 각 금융협회 부회장직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금융협회에서는 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배제된 만큼 관치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간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로 채워진 부회장직 역시 관치논란의 싹을 없애고자 부회장직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협회 부회장직 폐지가 금융당국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몇 주 전 금융당국에서 부회장직 폐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에서도 부회장직 폐지를 위해 정관 개정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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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보험협회 부회장 임기가 오는 15일 만료되면서 부회장직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협회 |
이날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각종 금융협회에서는 금피아나 모피아, 관피아가 낙하산 인사로 내려앉으면서 관치 논란들을 차단하기 위해 부회장직 폐지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각 협회의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대내외 활동이 많은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내부업무 조율 등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에도 민간출신 회장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는 부회장직에만 국한돼 있지 않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손보협회는 이달 15일 장상용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부회장직을 없애고 선임 상무가 총괄 상무를 맡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부회장직을 대신해 해당 업무들을 임원들이 나눠서 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정관 변경을 통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금융업권의 부회장직 폐지에 대해 정관 변경 승인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회장직 폐지 여부는 내부직책을 바꾼다는 것이고 별다른 쟁점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승인을 못 해줄 이유는 없다"며 "직책과 관련된 것 이외에 다른 개정 내용만 없다면 정관 변경 신청이 들어오는데로 2~3일 이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생명보험협회와 여신금융협회는 부회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추이를 지켜보고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업계 상황에 맡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의 부회장은 오는 9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며 여신금융협회의 부회장은 2017년 4월 20일께 임기를 끝마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앞서 손보협회 등 다른 금융협회의 임기 만료가 먼저 돌아오는 만큼 타기관들의 추이를 지켜보고 기관의 성격에 맞게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2017년 임기 만료로 1년도 더 넘게 남아있어 폐지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업권의 실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회장직 폐지에 나서면서 관치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손해·생명보험협회를 제외하고 대부분 협회 회장직에 낙하산 인사가 차지하고 있다. 손보협회장은 민간출신인 장남식 전 LIG손보 부회장이, 생보협회장은 이수창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사장을 역임한 민간출신 CEO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 민간인 출신이 아닌 인물은 여신금융협회 김근수 회장과 저축은행중앙회 최규연 회장으로서 관료출신 협회장이다. 또한 금융당국 내정설로 논란이 일었던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에 올랐지만 관치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관치논란을 없애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 부회장직 폐지 가닥을 잡는 것 자체가 관치인 셈"이라며 "앞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협회장에 관료출신이 그대로 앉게 된다면 부회장직 폐지를 시도해봤자 여전히 금융권의 해묵은 관치논란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