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직자 이해충돌에 대한 사후 처벌을 넘어 사전적 예방 조치를 입법화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14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갈 길이 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3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8년만에 낸 성과다. 오는 29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구체적 제재 방안을 넣지 않아 반쪽짜리 법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법 공표 후 1년 뒤 시행이라 최근 불거진 공직자들의 부동산 불법투기 사태에 소급 적용할 수 없어 해당 이익을 환수하기 어렵다.
법의 구멍은 '1년 후부터'라는 시기상의 문제 뿐만 아니다.
먼저 실효성이다.
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는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지방의회 의원, 국공립 학교장 등 19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직계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소 500만 명 가량이 법 적용대상이다. 문제는 신고 대상자 범위를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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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법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은 해당되지 않아 더 큰 문제다.
여야는 14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행위에 대한 제한과 처벌은 국회법에 따로 규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담합'하고 나섰다.
기존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의무와 금지 조항이 담겨져 있어 따로 규정하겠다는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으로 명시된 190만 명과 다르다는 '형평성' 논란에 부딪힐 전망이다.
국회법 개정을 다루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달 중 전체회의 및 소위를 열고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여야는 국회 윤리특위 소속 윤리심사자문위를 상설위원회로 격상하고, 법 위반 심의 및 징계 여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형사 처벌 등 명확한 제재 없이 '셀프 징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15일 본보 취재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초 이해충돌방지법이 발의되고 논의된 상황에 비추어 보면, 현재의 제정안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신고대상을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으로 한정한 것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라며 "법적으로 피의자 혐의를 규명하고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결국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기존 친인척 및 제 3자 명의를 악용한 사례를 근절시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공개정보임을 알면서도 정보제공을 받거나 부정하게 취득한 제 3자를 어떻게 밝혀내고 수사해 혐의를 입증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각론에서 실제 범죄행위를 어떻게 잡아내고 근절할지 실현가능성 있을지는 확언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제정안의 핵심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사적인 이해관계자와 얽히면 사전에 신고하거나 이를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
향후 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 처리 과정에서 맹점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추후 국회 운영위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겠다'는 식으로 국회의원 이해충돌에 대해 적극 다룰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