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의 상반기 도입이 무산되면서 상반기 중 국민 1200만명에게 백신 1차 접종을 마치려던 정부의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백신 스와프’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현실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백신 스와프란 통화 스와프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우리가 미국의 백신을 빌리고 나중에 되갚는 방식이다.
21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내 백신 접종이 2억 회분을 돌파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의 해외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국 중심의 백신 접종 전략을 유지하고 있고, 해외 지원 우선순위도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이웃국가와 쿼드가 우선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인구의 2배가량 되는 6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해놓고 있지만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스터 샷’(접종 완료 후 추가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정부는 해외 백신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캐나다, 멕시코, 쿼드와 논의 중이고 했지만, 한미 백신 스와프 가능성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당장 6월까지 ‘기근’이 예상되는 한국이 미국의 백신 도움을 받기란 녹록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21일 미 국무부 발언록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 현 단계에서 국내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중보건 분야에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쿼드와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해외에 백신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이웃국가와 쿼드 협력 국가가 우선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3월 18일 브리핑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250만회분과 150만회분을 빌려주고 다시 백신으로 돌려받을 계획을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코로나19 연설에서 백신의 해외 지원과 관련해 사용하지 않고 있는 백신에 대한 검토를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을 다른 나라에 보낼 만큼 양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백신 중 일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또 “백신 공유를 하는 중이고, 이미 약간 했다. 세계 각국에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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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정부가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백신 25만 회분(12만5천 명분)을 UPS 화물 항공기에서 옮기고 있다. 2021.4.21./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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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에 대해선 사용 승인을 하지 않고 비축만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도 당시 브리핑에서 미국이 제공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총 분량을 7백만 회(멕시코와 캐나다 지원분 포함)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도 동맹국에 대한 백신 지원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미 백신 스와프가 이뤄지더라도 미국에서 사용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AZ가 지원될 가능성이 크고, 이마저 한국이 우선 대상이 되려면 지렛대로 삼을 ‘반대급부’가 필요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당장 미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투자 등의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장관도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백신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은 교환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백신뿐 아니라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여러 분야가 있다. 민간 협력 확대가 (미국 내에서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자는 여론 형성에 도움을 줄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시작으로 불거진 소위 ‘글로벌 반도체 대란’에서 미국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를 경제를 넘어 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시설 신증설을 놓고 미국 텍사스주 정부 등과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대책회의에 초청될 정도로 미국의 관심이 쏠려있다.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도 ‘백신’과 ‘반도체’가 현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방미 기간에 화이자 백신 1억 회분 추가 공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져 백신 확보에서 한국이 뒤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당초 목표인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힘들어질 것이란 국내 여론마저 높아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백신 외교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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