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 종교계,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까지 ‘반도체 경쟁’과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을 필요하다며 경영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조만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이 건의서에는 “우리 경제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사면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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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재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반도체 기업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는 등 빠르게 움직이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의사 결정 속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면돼 경영현장으로 돌아오면 삼성의 신규 투자와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이 가속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종교계,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정장선 평택시장과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이 부회장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고 이 부회장의 부재를 아쉬워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대한노인회도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 사면 건의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범국가적인 경제난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도록 옥살이가 고돼서 대장 절제 수술까지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8월 15일 특별 사면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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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증폭하는 등 이 부회장에게 ‘민간 외교관’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은 해외에서 필터 재료를 확보했고, 스마트 팩토리 제조기술 전수 등으로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삼성은 치료시설 제공과 의료진 파견, 3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소잔여형(LSD) 주사기 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
또 이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와 우리 정부를 연결, 코로나19 백신 협상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결정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현지로 날아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등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국가 최고위급 인사,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친분을 쌓아 왔다. 실제 이 네트워크가 삼성의 프로젝트는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면되면 삼성 전체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마스크 필터, 치료센터, 스마트팩토리 등 과거 사례처럼 계열사가 힘을 합쳐 국가 위기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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