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9년 기업당 10.2건의 집단소송 다뤄…2011년 4.4건 대비 2.3배 폭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과거 증권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소송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미국보다 기업에 더 불리해 경영 활동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모델이 된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기업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기업에게 미칠 파급영향을 검토했다고 25일 밝혔다.
미국 로펌인 칼튼 필즈(Carlton Fields)는 미국 매출 상위 1000대 기업의 준법담당자와 최고법률책임자를 대상으로 매년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한 ‘칼튼 클래스 서베이(Carlton Class Survey)’를 발간 한다.
이에 따르면 기업이 한 해 다루는 집단소송 건수가 2011년 4.4건에서 2019년 10.2건으로 2.3배 증가했고 2020년에는 15.1건에 달할 전망이다. 2019년 기준 빈도가 높은 소송유형은 노동·고용(26.9%), 소비자 사기(16.0%), 제조물책임(11.6%), 보험(10.7%), 독과점(9.0%), 기술법률위반(8.3%), 증권(7.7%)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집단소송 관련 법률 비용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9년에 26억4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소송시장 규모 약 227억5000만달러의 11.6%에 해당하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26억달러) 및 신규 일자리(고용인원 2600명)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비용 증가속도도 가팔라,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2.45%씩 증가했는데, 이 추세면 2025년에 30억5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진행된 집단소송 중 60.3%가 ‘합의’로 종결되었고, 31.2%가 ‘법원이 소송을 기각시키거나 아직 법원 계류 중이며 나머지 8.5%는 ‘재판 진행’상태다. 기업들은 집단소송 피소 자체가 불러올 미디어 노출과 부정적 이미지 형성을 더 큰 위험으로 보고 소송전 합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의’ 비중이 2018년 73.1%에서 2019년 60.3%로 감소한 반면, 재판 중인 사건은 2018년 2%에서 2019년 8.5%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집단소송 대응전략이 과거 방어적인 신속종결 방식에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변화 중임을 보여준다.
집단소송 피소에 따른 주가 하락의 피해도 크다.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이 총 4226건인데, 이 중 합의에 의한 종결이 1456건이고 합의액은 총 680억달러다. 그러나 집단소송 피소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평균 4.4% 하락했고 이에 따른 주가 손실액이 총 26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송 합의액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집단소송에 따른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집단소송 대응·전담 인력으로 사내변호사를 평균 4.2명 고용했는데, 이는 매출 약 51억9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 당 1명을 고용하는 꼴이다. 우리나라에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삼성전자 40.8명, 현대자동차 17.9명, LG전자 10.9명, SK하이닉스 5.5명, LG화학 5.2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에서 집단소송을 경험한 기업들은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집단소송 대표국인 미국보다도 기업들에게 크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증거조사’ 절차의 경우, 미국은 소송 제기 후에나 가능하지만, 법무부안은 이를 소송 전에도 허용한다.
결국 소 제기 전부터 광범위한 증거조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증거조사 후에도 굳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외국기업이나 경쟁사들이 영업비밀이나 핵심정보 수집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소송이 빈번한 미국보다도 ‘남소가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 절차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서, 특별한 결함 증거 없이도 일단 소를 제기하고 추후 증거조사 절차를 통해 소송 근거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무부는 집단소송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집단소송 허가결정에 대한 불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소송 허가·불허가 결정에 대해 원고·피고 양측 모두 불복을 허용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당사자 대등주의라는 기본 원칙도 크게 침해하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1대 국회에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켜 기업들의 부담이 큰데, 집단소송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은 남소에 따른 직접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제도 도입에 신중해줄 것을 강조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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