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인도협력 추진…민간교류로 물꼬 트는 창의적 해법 필요“
“남북 인도협력→비핵화협상 및 제재완화→공공인프라→제재해제”
“판문점선언 성과 진행 중…상반기 평화 위해 놓쳐선 안 될 시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9일 현재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특히 다음달 하순 개최될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주시하고, 향후 대외 행보를 저울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이날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를 전후해서 대외정세 탐색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은 2018년 4월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 이후 현재까지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았다. 거친 수사와 비난을 하면서도 일정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국에 대해 자신들의 원칙적인 입장, 즉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강대강 선대선’ 등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대화·접촉에 대한 조건을 반복해 제시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장관은 현재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화 해법에서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바탕으로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제재 완화 등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은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인권과 인도적 협력 사안이 포괄적으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한미가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햇다.

다만 이 장관은 “북미대화와 북한 비핵화의 시기와 속도에 대해선 좀 더 정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북미대화만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어서 올 상반기에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대화 재개 노력과 함께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보건·의료협력을 시작으로 쌀과 비료 지원 등 민생협력으로 확대하는 포괄적인 인도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 나아가 비핵화와 평화정착, 경제협력 협상이 시작될 것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4.29./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남북 간 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할 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민간 차원에서 교류·접촉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상반기 중에 남북관계 변화 흐름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제시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도 이견이 없을 인도협력부터 복원하고, 북미대화, 비핵화 및 평화정착, 제재 완화 문제에서 실마리가 풀려나가기 시작하면 철도·도로와 같은 비상업용 공공인프라 문제를 지원하고, 제재에 해당했던 금융·철강·석탄·노동력·정제유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거나 해제해나가는 것이 국민 공감대와 국제사회 공감대 속에서 진척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아무래도 정부간 공식대화는 조건과 여건을 성숙시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그 이전에라도 민간 차원이나 지방자치단체 협력이 먼저 된다면 평범하지만 창의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남북 지방정부간 자매결연이라든지 여러 교류협력사업을 진척시켜온 축적된 경험이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정치·군사·안보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와 별개로 남북 지자체간 협력은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꾸준히 이어진 사례가 있다. 남북 간 그런 신뢰가 쌓여있으므로 지금 시점에서 오히려 지자체가 먼저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한반도 역사에 있어서 판문점선언의 성과와 의미는 결코 간과될 수 없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기틀과 이정표가 정교하게 마련됐다”며 “판문점선언 이후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확실히 감소됐고, 우여곡절 속에서도 남북 간 큰 군사적 충돌없이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남북 정상간 신뢰는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제 판문점선언의 성과를 이어가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하는 과업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며 “올해 상반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될 수 있는 정말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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