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 두번째 등판에서 거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두 경기에 구원 등판해 연이어 선발을 능가하는 호투를 한 양현종, 선발 투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도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현종은 1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경기에 팀이 1-6으로 뒤진 3회초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텍사스 선발로 나선 아리하라 고헤이가 2⅔이닝 동안 홈런만 4방을 맞고 6실점하며 일찍 무너지자 양현종이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양현종은 7회까지 4⅓이닝을 책임지며 단 1안타 1볼넷만 내주고 삼진 4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보스턴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비록 텍사스는 한 점도 만회하지 못하고 그대로 1-6 패배를 당했지만 양현종의 호투만큼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 사진=텍사스 레인저스 SNS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가진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에게 당연히 양현종의 선발 투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양현종이 두 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아) 적은 샘플이긴 하지만, 양현종의 선발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미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우드워드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즉, 양현종의 선발 로테이션 가담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의 이날 피칭에 대해 "보스턴 강타선을 상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강하게 맞은 타구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유일한 피안타는 마르티네스의 먹힌 타구였다. 대부분이 빗맞은 타구였다.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하면서 "(선발 투입이) 절대 이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은 서른 세 살 베테랑이다. 던지는 법을 아는 투수다. 그저 빅리그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노련하고 안정된 양현종의 피칭을 거듭 칭찬했다.

양현종은 이날 선발 아리하라보다 훨씬 돋보이는 피칭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데뷔 등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조던 라일스가 2⅔이닝 10피안타(2홈런) 7실점하고 무너진 후 이어 등판한 양현종은 4⅓이닝 5피안타 2실점하며 라일스보다 훨씬 잘 던졌다. 말이 롱릴리프지, 사실상 두 경기 모두 양현종이 선발투수급 활약을 펼쳤다.

이런 양현종에게 언제쯤 선발 등판 기회를 줄까. 부진이 거듭된 아리하라 대신 양현종을 선발로 기용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 감독은 "당연히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라면서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뭐라고 답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히 대화를 나눌 것이고 무엇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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