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난 담화 이후 다시 관망 태세…정의용, 미 대북정책 긍정평가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국 지정’ 의제 관측…K방역 성공 완성 기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지난 2일 대남, 대미 비난 담화 3건을 한꺼번에 발표한 이후 이틀째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 백악관이 즉각 “적대가 아니라 해결이 목표”라고 응수한 데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발표와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일단 관망 태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북한은 지난 2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대남 담화, 외무성 대변인·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로 대미 담화를 냈다. 미국에 대해선 자신들의 인권 문제 제기를 비난하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며 ‘대화 조건’을 강조했다. 남한에 대해선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상응한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 행정부 교체 사실조차 북한주민에 알리지 않은 채 오랫동안 정세를 관망해오던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가 임박해지고, 한미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자 자신들의 입장을 강경하게 낸 것에 대해 한미를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정부도 올 상반기에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올 하반기엔 남북교류 및 북미대화를 본 궤도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만한 유인책이 조율될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겠다”며 “일괄타결이나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 외교에 열려 있고,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이 선호하고 남한이 요구해온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를 주장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백악관이 일단 제시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윤곽은 단계적 합의, 싱가포르 선언 계승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미 간 의견 조율이 많이 됐고, 우리 의견이 충실히 반영됐다며 반색했다. G7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3일 블링컨 장관과 만난 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됐다며 환영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반발과 관련해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며, 잘 검토하면 그런 얘기를 못할 것”이라며 “북한에 관해 긍정적인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대북정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남측의 요구가 잘 조율된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바람대로 북미가 하노이회담 직전 상황으로 되돌아가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지 여부가 관건이다. 바이든 정부가 제재 완화 등 북한 입장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한으로선 ‘버티기’나 ‘긴장 고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밝힌 ‘한국을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국으로 지정’에 대비하라고 지시해 이 안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백신 허브’ 의제가 타결될 경우 국내 백신 수급 문제 해결은 물론 장기적으로 남북협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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