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모더나 백신 생산 사실상 합의
SK바이오사, 노바백스 계약 연장 논의할 듯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을 잇달아 맡으면서 글로벌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0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의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된다는 소식이 불거졌을 당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추후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의 이같은 대응 온도 차이에서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오는 20일께 출국해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안 대표는 이번 방미를 통해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개발·생산(CDMO)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고 국내 생산 및 판매권리도 확보했지만 1년에 그친 계약이었다. 협상을 통해 계약이 연장될 경우 백신 수급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휴온스글로벌과 지엘라파도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의 위탁생산을 맡았다.

이렇듯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업체들의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전세계 수요를 맞춰야하는데 개발사 자체에서만 소화하긴 힘들다"며 "따라서 개발사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하는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은 중국 등 다수 경쟁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도 수주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4000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2008년부터 5000억원을 들여 경북 안동에 세계 수준의 설비를 갖춘 백신 공장을 세웠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한다고 해도 당장 올해부터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을 사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각기 특성에 맞는 설비가 뒷받침 되어야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mRNA 백신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설비를 들이고 밸리데이션(설비 유효성 검증)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8월 위탁생산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대응이 비교적 원활한 mRNA 방식 모더나 백신의 생산 기반을 국내에 마련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전망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mRNA 방식으로 개발된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은 안정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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