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CJ ENM이 IPTV와 OTT에 제공하는 콘텐츠 적정 가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CJ ENM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업체에 25%, OTT에는 1000%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3사가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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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3사·CJ ENM 로고./사진=각 사 |
22일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는 지난 20일 공동 성명을 냈다. CJ ENM 측이 상식에 어긋나는 가격 인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OTT 티빙에는 염가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자 CJ ENM도 펄쩍 뛰었다. 과거에는 헐값에 콘텐츠를 넘겼지만 현 시점에서는 제작비가 올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티빙과 차별적 협상 조건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유료방송시장의 중심이 OTT로 이동하는 중에 콘텐츠 업계와 플랫폼 업계가 충돌한 것으로 정리된다.
양 진영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소비자들이 IPTV에서 CJ ENM 계열 채널들을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CJ ENM이 콘텐츠 공급가를 과하게 인상하면 중소PP 몫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유료방송 생태계 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선빵'은 CJ ENM이 날렸다. 매년 25%씩 3년 간 IPTV 실시간 채널 사용료를 인상하려는 것이다. CJ ENM 측은 사용료 자체가 애당초 너무 적었다며 채널 영향력도 고려했다고 주장한다. IPTV 3사는 실시간 채널 공급 대가로 기본채널수신료 매출·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16.7%만 PP에게 배분하는데 비해 음원·웹툰·극장 플랫폼은 50~70% 가량을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CJ ENM은 IPTV 업계가 넷플릭스·디즈니 등 해외 OTT 유치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한다. IPTV사-넷플릭스 간 수익 배분 비율은 1대 9로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에 IPTV 3사는 CJ ENM이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유료방송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CJ ENM 콘텐츠 가격만 오르면 나머지 PP들의 몫이 감소한다는 논리다. IPTV 업계는 전체 채널 사용료 중 절반 가까이 CJ ENM 차지가 되고 주문형 비디오로도 수익을 얻는데 이를 제외하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CJ ENM과 IPTV 3사가 갈등을 빚는 것은 티빙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서비스와 경쟁 상대라는 점에 기인한다. CJ ENM은 그간 IPTV와 연계해 협상해오며 너무 저렴하게 공급가를 받아와 1000% 인상안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IPTV 업계는 티빙 경쟁사에는 CJ 콘텐츠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한다.
향후 CJ ENM과 IPTV 3사가 행정 기관의 해석을 구할 가능성도 나온다. 과거 SK브로드밴드 옥수수-지상파 간 기업결합 심사가 이뤄질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성실 협상' 의무 부과 수준에서 마무리를 한 적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