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남중국해’ ‘쿼드’ 등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지난 ‘사드 보복’과 같은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공동성명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국내외의 인권 및 법치 증진”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 등을 언급해 ‘국익’에 기초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은 한국에 꾸준하게 미국에 기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이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으로 해석될 입장을 견지해오다가 이번에 정책 전환을 꾀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정부는 특히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과 관련해 즉각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국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만과 관련된 내용이) 아예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엔 ‘대만’ ‘쿼드’ 명시 외에도 직접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안보·경제 전 분야에 걸쳐 미중 간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들이 골고루 담겼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로 사실상 중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중국이 경계할 수 있다. 또 한미 간 반도체·배터리 등 협력도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미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국도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계속 확대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경제 분야 의제는 특정 국가하고만 관련되거나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고리인 '경제 협력'을 활용해 한국을 끌어당겼고, 문 대통령도 '북한' 이슈에 '경제' 이슈가 더해지자 미국측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위원회(CFR) 국장은 25일(현지시간) CFR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미 정상회담 : 관계 회복?’ 기고문을 통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과의 공급망 복원 협력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
▲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2021.5.22./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캡처
|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 기반 지역질서'를 지지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의 마음 맞는 국가들과 연합을 구축하고 관계 심화를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 힘에 기반한 국제분쟁으로 가기보다 규칙에 기반해 선진기술 개발, 공공재 보급 등에서 경쟁함으로써 민주적 모델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전략적 목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움직인다면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는 데 열려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북에 제공할지를 두고 나올 수 있는 이견들은 불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외과 교수)는 같은 날 “이번에 극적이진 않지만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대중 억제전략에 발을 담그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 외교정책에 출렁임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공동성명에서 톤다운했지만 그 의도나 방향성, 정책에서 중국은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이 동조한 것은 분명하고, 문재인정부 대외정책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문재인정부의 대외정책이 전환된 배경에 대해 “백신 수급 문제나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 같다”며 “바이든 정부의 한국에 대한 압박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반기 국내 정치와 연계해 그동안 펴온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정책 전환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외정책에 안정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외부 변수에 의해서 쉽게 갈지자를 걷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대만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다음날엔 다시 수위조절에 나서면서 '상황 관리'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질문을 받고 “관련국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고 불장난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5일 자오 대변인은 “한중은 가까운 파트너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문승욱 산업자원부 장관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조한 데 대한 답변이지만 하루사이 입장 변화가 드러난 것이다. 싱하이밍 대사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자제되지 않았나’란 질문엔 “많이 노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흥규 교수는 중국의 향후 태세에 대해 “단기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등 한국의 정책을 관리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을 중국 쪽으로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지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울러 중국으로선 대 한국 외교의 한계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중 전선 편승을 경계하게 될 것으로 만약 한국이 본격적으로 대중 압박 전선에 가담하게 되면 사드 보복 이상의 압박도 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