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5.21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김 대북특별대표가 임명되는 등 조 바이든 정부가 북미대화 의지를 표명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29일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3주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또다시 잠행에 들어간 상태로 북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날로 22일째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서한을 보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날에도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는 전혀 없었고, 남측이나 미국에 대한 언급 등 대외 메시지는 없었고 자력갱생만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최근 모습은 북한과 관련이 깊은 한미 정상회담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왔던 이전의 모습과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때 회담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노동신문에 ‘친미사대’ ‘대미굴종’이라며 개인 필명의 비난 논평을 실었다. 같은 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방문했을 때도 순방을 마친 이튿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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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이 6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에서 올라온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 위원들인 조용원·리병철·정상학·리일환·오일정 등 고위 간부들이 동행했다. 2021.5.6./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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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잠행을 이어가고 있고, 북한 당국도 미국과 남한에 대한 반응도 자제하고 있는 것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분석 및 향후 대응에 신중한 북한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 사실상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었지만 공동성명에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와 2018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이후에도 한미는 계속해서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따라 대북제재를 신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29일 최근 업데이트한 ‘한국:배경과 미국과의 관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바이든 정부가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나가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중 사이에서 자신의 갈 길을 정했다 하더라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 미국이 실용성을 밝히고 한국이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어 북한으로선 쉽사리 미국을 비난하거나 반발하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달 초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그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요청했고, 이에 북한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상항에서 북중관계까지 고려해서 전략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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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사진=연합뉴스 |
마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나 혈맹을 과시한 것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왕이 부장은 이날 “중국은 북한에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굳건하게 지지한다. 힘이 닿는 한 북에 계속해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의 대규모 대북원조 가능성을 제기했다. SCMP는 “북한은 지난 2월 전 부총리이자 대외경제상을 지낸 리룡남을 주중 북한대사로 임명했는데 이런 이례적인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노력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지난 3월 중국이 북한에 보낼 쌀, 옥수수, 콩기름, 밀가루, 농업용 비닐 등 원조 물자를 실은 화물 컨테이너를 단둥에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하면서 양국간 왕래가 재개될 때 원조 물자가 북한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이 없으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대북 원조를 시사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북한의 다음 대외 행보에 따라 대미 전략이 드러나게 됐다.
앞으로 북한은 우선 경제 재건을 비롯한 내치에 집중하면서 바이든 정부와 관계 설정이나 비핵화 협상 재개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원하는 정상간 톱다운 북미대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원조를 받으면서 시간 벌기를 더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잠행 이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도발로 정세를 반전시켜온 경향도 있어 이번에도 강경 행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3월에도 3주간 잠행 뒤 박격포병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하면서 단번에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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