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종료 9일만인 31일 침묵을 깨고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란 개인명의의 논평을 통해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1부상, 권정근 외무성 국장 등 그동안 대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온 인물이 아니지만 최근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없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첫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김명철 소장은 논평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반응에 대해 비난에 수위조절을 해서 북미관계에 여지를 남기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유인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계기로 자신들이 내세우는 적대시정책에 미사일 제재를 추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논평을 낸 김명철에 대해 북한은 ‘국제문제평론가’라고만 썼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외곽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날 그에 대해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그만큼 북한 매체에 등장해온 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양 교수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전체를 비판하고 대화를 포기했으면 이런 식의 개인논평은 아예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향후 대화를 염두에 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다만 대화 재개 시 미사일지침 종료와 한미의 이중적인 태도는 짚고 넘어가겠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5일 평양에서 제8차 노동당대회를 열고 개회사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2021.1.6./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다소 애매한 방식으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사실상의 첫 반응을 내놓았다”면서 “하지만 내용은 북한측의 일관된 기존 입장과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한 비난을 통해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논평에서 김 소장은 “미국은 오산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하여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은 정전 상태에 있는 조선반도의 첨예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시키는 심중한 실책으로 된다.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북한측이 나름대로 북미관계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며 “미국측이 밝힌 실용적 접근법, 최대 유연성이라는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유인책 제시를 요구하고 압박하는 성격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측이 대미 관계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고, 이전보다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짧지만 강한 비난 구절은 북한이 남북대화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대응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명철 소장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면서 “미국이 남조선의 마시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지 표명 ▲중국과 공조 모색 ▲대북 적대시정책에 미사일 제재 항목 추가라는 세가지 특징을 짚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창한 ‘자위적 조치’를 한 번 더 정당화해서 향후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1월 8차 당대회 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전술핵무기 개발용 KN-23, KN-24 발사가 시행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북한은 이번에 중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에 철회를 요구한 적대시정책에 한미연합훈련, 대북 경제제재 이외에 미사일 제재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