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김정은 총비서 바로 다음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 때 개정한 ‘조선노동당 규약’ 제3장 ‘당의 중앙조직’ 부분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제1비서, 비서 등을 선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또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며,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상 북한은 ‘김씨 일가’ 이외에 ‘2인자’가 있을 수 없는 체제인데도 심지어 이전에 김 위원장이 사용했던 1비서 직함을 다른 사람에게 부여한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비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012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면서 스스로 2016년까지 4년동안 사용했던 직책으로 당내 2인자에 머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코로나19 국면 속 지난해부터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1비서직을 신설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신설된 1비서직에 대해 ‘2인자’나 ‘후계자’로 볼 순 없고 김 총비서에 몰린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역할을 분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이 자신의 ‘대리인’ 직을 신설한 것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자신은 핵심적인 정책 결정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당규약 제28조에 ‘당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 당규약에서 대리인이라고 지칭한 점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시한 권한과 과업 범위 내에서 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대리인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업무는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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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제8차 노동당대회를 열고 개회사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2021.1.6./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신설된 1비서가 누구인지 밝힌 사실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용원 비서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조용원 비서는 지난달 7일 당 세포비서대회 2일차 회의를 다른 비서들과 함께 지도하기도 했다.
정성장 센터장은 “1비서’라는 직책은 총비서를 제외하고 비서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직책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비서들 중 이 직책에 임명되었거나 임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또 “만약 김여정이 1비서에 임명되려면 당중앙위원회 비서직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또는 위원직에 먼저 선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1비서직에 누가 임명됐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직책만 신설하고 아직 공석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1비서가 한명이 아니라 다수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1비서직 부활 자체가 결국은 김여정 부부장의 2인자 지위를 위한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용원 비서가 권력서열 2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후계자, 혹은 2인자라고 판단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1비서가 공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비서를 선거했다면 굳이 공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노동신문 등에서 1비서 직책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고, 대리인의 수권 범위가 불분명하다. 김정은 유고 시 ‘당 수반’ 즉 총비서 역할까지 대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비서국의 업무, 즉 당 내부사업에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에 한정해 대리한다는 의미인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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