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다자외교무대 선 바이든, 동맹 복원하고 대중 포위망 강화
왕이, 정의용에 “남의 장단에...” 압박…양제츠-블링컨 재충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영국 콘월에서 11~13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의 장단에 따라 끌려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9일 오후 9시부터 1시간가량 이뤄진 정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유로 가득 차 있고 집단적 대립을 일으킨다”면서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이 부장은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지켜나가야지 남의 장단에 따라 끌려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가 밝힌 왕이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교부가 지난 9일 한중 장관의 통화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다. 그런데도 중국이 한국에 사실상 훈계하듯 압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G7에서 중국 견제 행렬에 가담하지 말라는 경고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지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안정’ ‘남중국해’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등 역내 현안들이 명시된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이번 통화는 우리측 희망으로 성사됐다”면서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고, (다만) 솔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의 발언에 대해선 거칠었다고 보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사실상 훈계조로 들리는 왕이 부장의 발언에 대해 외교가에선 “오만한 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G7 정상회의엔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했다. 의장국인 영국 정상의 초청에 따른 것이며, 한때 영국은 ‘민주주의 10개국’(D10) 구상도 제기한 바 있다. 

   
▲ G7 정상회의를 위해 영국 콘월에 모인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그 오른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 뒤 왼쪽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이다. 2021.6.11./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바이든 대통령의 다자외교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번 G7 정상회의는 중국 견제 전선을 구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향후 D10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인권 탄압과 불공정 무역 행태를 일삼는 중국이 국제규범 위반자로 낙인찍혀 규탄 대상으로 하락할 가능성 역시 높다.  

실제로 이번 G7 정상회의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12일 미국의소리(VOA)와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바이든이 G7 정상들에게 범세계적인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기금 마련을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일대일로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3W)이라는 야심찬 새 글로벌 인프라 계획안을 G7 정상들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면서 “2035년까지 저개발국들과의 40조 달러 규모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 기금 수천억 달러를 조성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대안이다. 미국이 중국의 세계적인 영향력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G7에 구체적 행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중국 견제를 본격화할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 및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일컫는 광대한 투자망으로, 역내 지정학적·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 구상이다. 2013년부터 추진된 일대일로 사업에 100개국 이상이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개발사업에 중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 고위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상대로 한 중국정부의 강제노동 문제도 언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과 G7이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우리 공동의 가치 표현”이라며 “신장에서의 강제노동을 지적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강제노동이 없다는 점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계획이 실제로 G7 공동성명에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까지 명확치 않지만 G7 정상회의 와중에 미중 외교수장간 충돌도 벌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1일 전화통화를 갖고 코로나 기원과 대만 문제를 놓고 대립한 것이다. 미중 간 대립과 갈등 구도가 심화될수록 중국의 한미동맹을 흔들기도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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