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기자]석촌호수의 역사는 1000년전 고려시대로 올라간다. 석촌호수가 있는 곳은 본래 고려시대 송파나루터가 있었던 한강의 본류였다.

   
▲ 제2롯데월드에서 바라본 석촌호수 일대 전경

송파나루터는 고려와 조선 왕조에 이르는 동안 한성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이어지는 중요한 뱃길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석촌호수의 굴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최근 송파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석촌호수 인근 A 아파트 주민들이 기존 아파트 도로명 주소인 ‘석촌호수로’ 대신 ‘잠실로’로 변경을 요구해 온 결과 최근 행정이 완료됐다.

이들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석촌호수 수위가 하락하거나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언론의 보도에 따라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도로명 주소를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현행 도로명주소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로명 주소 변경을 위해서는 해당 인근 아파트 주민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파트의 경우 단지가 두 개 이상의 도로에 접해 있거나 출입구가 두 개 이상 조성돼 있으면서 도로에 접해 있는 경우를 추가적으로 전제해야 한다.

결국 A 아파트 주민들 76%는 도로명 주소 변경에 대해 찬성했고 지난해 12월3일 송파구청에 동의서를 제출했다.

송파구청은 현장검증과 동의여부 확인을 거친 뒤 지난 28일 A 아파트 도로명 주소를 석촌호수로에서 잠실로로 변경을 허가했다.

주소명 변경을 주민들이 직접 요구하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주민등록상 주소를 변경하는 등 뒤따르는 행정의 번거로움을 고스란히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부정적인 인상을 벗기 위해 주소를 변경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08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경우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낙성대동과 중앙동, 인헌동 등으로 바꾼 바 있다.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과거 이미지 때문에 풍납1동과 2동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풍납동을 잠실 8·9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도로명 주소 변경이 집값 하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잠실 인근 H부동산 대표는 “실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파트 단지는 그대로인데 도로명 주소만 바꾸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가격 하락을 우려해 도로명 주소를 임의로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님비(NIMBY)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Y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로명 주소 변경 민원은 ‘님비(NIMBY) 현상’의 근본과 다를 바 없다”며 “집값 하락을 막고자 도로명 주소 변경을 허용한다는 사례를 남기면 앞으로 이러한 민원이 늘어나 행정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님비현상’은 ‘내 뒷 마당에는 안돼’ 라는 뜻으로 쓰레기 처리장, 교도소 등의 환영받지 못하는 시설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