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LG유플러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자들이 CJ ENM 채널을 보지 못한지 6일차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건 조사 방침을 밝혔으나 관계 당국들은 규제 권한을 놓고 밥그릇 싸움만 하느라 정작 사태 발생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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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3사·방송통신 관계 당국 3개 부처·CJ ENM 로고./사진=각 기관 |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12일 0시부로 LG유플러스에 tvN 등 10개 채널 송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시청권을 침해 받고 있다.
주무 기관인방송통신위원회는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양사 간 협상 결렬에 따른 대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 당사자인 2개사 외에는 제3자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중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OTT 규제를 놓고 관련 법안을 앞다퉈 내놨지만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OTT는 IPTV와 사실상 다를 바 없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아니다. 관계 법령에는 OTT에 대한 개념 정의 조차 없다. 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경우다. IPTV는 2010년에서야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IPTV는 통신 업체가 초고속 인터넷망과 셋톱박스를 이용해 유료방송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OTT는 IPTV도, 케이블 TV도 아니면서 유료 방송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OTT 업계에 대한 관할권은 방통위·과기정통부·문체부 등으로 삼원화 돼있다. 관계 당국들은 저마다 규제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망을 관리하는 만큼 OTT를 특수 형태의 부가 통신으로 여긴다. 한편 문체부는 OTT를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그러나 OTT 사업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콘텐츠 제작사·넷플릭스·구글 유튜브 등으로 사업자가 매우 다양하다. 모두 개방 인터넷망을 활용하지만 사업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이번 블랙 아웃(시청 제한) 사태가 터졌음에도 어느 기관 하나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통위는 지난 11일 CJ ENM-LG유플러스 간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로 실시간 채널 송출이 중단되면 국민 불편이 따를 것이라며 이용자 불편과 협상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여부 등을 살펴보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협상 결렬을 결국 막지는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용료 협상 갈등에 대해 방송 서비스 수급 갈등이 아니어서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부처명에 맞게 콘텐츠 자체를 다루고 있어 이번 사건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시 말해 규제 밥그릇을 놓고 3개 당국이 이빨을 드러내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실효성도, 의미도 없는 셈이다.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와 이달 중 한국IPTV협회와 CJ ENM 등의 콘텐츠 사용료 정산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협회 회원사로 있다.
당국과 업계가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관련 종사자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OTT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져가나 사업자는 다양해져 또 다른 갈등을 빚을 수 있어서다. 때문에 다가올 당국과 IPTV-CJ ENM 관계자들 간 회의가 얼마나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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