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7일 공식 대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에서 발언한 것을 북한매체가 18일 보도한 것으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반응이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우리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김 총비서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향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우리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높이고 유리한 외부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나가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단 김 총비서가 미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한 점에서 변화로 평가된다. 더구나 북한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등에도 실린 점에서 민심을 다잡기 위한 전략적 의도도 깔려 있다. 특히 새로 임명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방한하는 시점을 앞두고 직전에 대화에 나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성김 대표가 오는 19일~23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성김 대표는 서울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 4월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에 이를 직접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해 외교적·실용적 접근’ 정책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연 공동 기자회견 도중에 성김 대표를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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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이번 김 총비서의 발언이 북한의 기존 대미 입장인 ‘선대선, 강대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에 비례적으로 반응한 것이란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의 ‘안정적인 정세 관리’란 발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정대진 아주대학교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의회연설에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도 대화와 대결을 똑같이 언급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출발선에 대한 시각차, 시간차가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2018년 6.12 북미 싱가포르합의를 북한과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북한은 2019년 2.28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미국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 자체가 변화로 평가된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현단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좀 더 지켜보면서, 내부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최대의 주적(主敵)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라고 말하면서 대미 적대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이란 예측은 섣부르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왔다. 지금은 김 위원장이 지난 8차 당대회를 비롯해 후속 회의에서 강조해온 민생 해결에 집중해서 민심을 더욱 확고하게 다잡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좀 더 지켜보면서 내부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사정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육아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기 시작한 것을 볼 때 당장 대외 문제에 힘을 분산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김 총비서가 대외 문제를 보고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분석하고 평가한 뒤 방향을 제시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향에 대해 토의하거나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국제정세와 대외적 환경에 대해 평가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대외·대남 관계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챙기고 하달하는 사안인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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