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코로나19 대응 및 세계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 다자주의 쇠퇴 등 산적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최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미국, 영국 등 G7 주요 회원국간 한국의 참여가 긴요하다는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6박8일간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SNS에 글을 올려 “체력적으로 매우 벅차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성과가 많았고 보람도 컸다”면서 “G7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했고, 비엔나에서는 문화·예술의 자부심을, 스페인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의지와 열정을 담아간다. 제약회사들과 백신 협력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3~15일 오스트리아, 15~17일 스페인을 각각 국빈방문해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오스트리아와는 5G와 수소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하고, 스페인과는 제3국 건설·인프라 시장 공동진출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 반면,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던 한일관계를 풀지 못했고, G7 공동성명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대중 압박에 동의한 상황에서 한중관계에 숙제를 남겼다.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약식 만남이 예정됐다가 무산되면서 양국 관계에 불신만 더 쌓인 형국이다. 일본은 우리측의 독도수호훈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한일회담이 무산된 배경을 놓고 한일 간 진실공방도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언론은 15일 일본의 반대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일 간 신경전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본격화됐으니까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올 하반기 한국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고, 일본 역시 9월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한일관계 개선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열린 자세로 일본측과 대화‧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문 대통령의 오는 7월 도쿄올림픽 참석 여부가 마지막으로 관계를 개선할 기회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이 마저도 현실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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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이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과 문 대통령이 참석한 열린사회성명에서 ‘신장·홍콩·대만·코로나·무역’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이 모두 거론되면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회원국들은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면서 ‘포위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독일, 프랑스 등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있는 나라들은 입장이 다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은 여러 이슈에서 라이벌이 동시에 동반자이다. 적절한 균형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은 북대서양에 있지 않다. 나토 임무의 핵심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선 안되다”고 말해 미국의 시각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끝내면서 곧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과 정면승부할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한국정부로선 향후 한중관계에서 부담과 숙제를 안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대미 메시지를 내고 “대화·대결 모두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정부가 즉각 관여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정부는 물론 미국정부 역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슈를 부각시킨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긴장을 마주하고 있다”며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은 “관련국은 북한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해 해결해야 한다”며 북미가 ‘운용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다음주 서울에서 개최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앞두고 중국 측이 북핵 문제에 관한 다자 협의를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 방한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생산적인 회의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화·대결 모두를 준비하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발언에 대한 질문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들일 만한 구체적인 ‘당근’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이어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 이외에도 23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학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인 김 대표의 일정도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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