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SK하이닉스에서도 임금 관련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나 두 회사에서는 기존 노조가 아닌 새로운 노조가 결성돼 대화 창구를 더 마련해야 하는 만큼 사측 입장에서는 경영 리스크 요인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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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 앞에서 파업 돌입과 관련한 노조 입장을 밝히는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
23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21일부로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이후 삼성그룹 창립 이래 최초의 파업으로 기록됐다.
노조 간부 등 40여명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아산2캠퍼스 내 OLEX동 식당 앞에서 사측의 교섭 태도를 규탄하며 천막 시위를 전개했다. 6명의 간부가 24시간 숙식을 하면서 선제 농성 파업에 나섰다.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도 출범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삼성디스플레이 1만 노조, 우리는 합당한 수익배분을 요구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내걸고 "사측이 성실히 대화에 임하지 않으면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는 임금 인상안 때문에 투쟁하는 게 아니고, 회사 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부당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지금까지 회사의 관련 자료 제공은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사측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당한 교섭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기본인상률 6.8%, 해외 출장자 경비 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기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준인상률 4.5% 이상으로 급여 수준을 올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사측은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고, 언제라도 대화·교섭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과 동시에 사측은 노조에 '업무 외 목적으로 회사 시설 사용 금지'를 취지로 하는 ‘시설 관리권 존중 요구’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직원들은 회사 시설 또는 물품 등을 업무 외 목적이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절차에 따라 당사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근로 시간 종료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임직원들은 사업장에 남을 수 없고, 위반 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LG전자에서는 사무직 노조가 별도로 생겨났다. 생산직 중심 기존 노조가 회사와 합의한 연봉 9% 인상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재협상 요구의 이유다. 이에 LG전자는 사무직과 기술직 간 같은 취업 규칙이 적용돼 별도 교섭은 불가함을 전해왔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사측에 대해 소송을 냈다. 최근 성과평가제도와 관련, 사측이 생산직이 아닌 자신들의 입장은 배제했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지난 14일 기술·사무직 노조원들 중 전문대 졸업 후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 50여명은 별도의 '전문직 노조'를 세웠다.
전문직 노조는 그간 자신들이 타 직군 대비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연봉 상한제가 적용된 탓에 근속년수와 관계 없이 대졸 신입보다 낮은 연봉을 받아왔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LG전자·SK하이닉스 3사 모두 노조와 대치 양상을 보이지만 모두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복수 노조가 생김에 따라 노조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노노(勞勞)갈등과 노사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측으로선 노조 수가 늘어나면 관리가 필요한 창구도 새로이 생기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며, 경영 리스크 요인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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