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일정을 놓고 소위 이재명계 대 반이재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송영길 당대표의 결단이 주목된다.
송 대표는 지난 23일 한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예외적으로 (경선 일정을) 변경하려면 대선주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어렵다는 것에 연기 주장을 하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전반적으로 너무 늦었다. 25일은 꼭 결정해달라(고 당무위원회 위원들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양측 진영에서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당헌 제88조다.
민주당은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당시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을 정했다. 경선 일정 시비를 조기에 차단하고 선거에 집중하자는 취지인데, 여기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둔 것이 이번 쟁점이다.
'상당한 사유' 판단의 주체는 당 지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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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펜 |
송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들이 이를 묻자 "(나는) 일관되게 상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얘기해 왔다"며 "(당무위 또한) 제가 제기했던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 그 상당한 사유 판단 주체는 대표와 최고위원'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해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송 대표는 "(대권) 주자 동의가 없다면 어렵다는 것이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이재명 지사,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장관이 (경선 여론조사) 5위에 들어가 있는데 그걸(경선 일정대로 가자는 것) 단서조항(상당한 사유)으로 묵살한다는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 또한 23일 기자들에게 "25일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건 현재 일정상 그렇다"며 "더 늦어지면 대선 전 180일 준수 자체가 어려워진다. 지금도 빠듯하다. 일정 자체는 25일에 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촉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선 일정 결정 후 일어날 후폭풍이다.
반이재명계에서 고려할 만한 카드로는 당무위원회 소집과 예비후보 등록 보이콧 등이 꼽힌다.
당 관계자는 24일 본보 취재에 "당내 충돌은 최소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지난 두 달간 경선 연기론을 놓고 제대로 매듭짓지 못해온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스크래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송 대표가 기존 경선 일정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후유증이다. 당이 내년 대선 승리, 정권 재창출을 위해 원팀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선 연기 반대 진영이 나서서 경선 연기 진영을 포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현재로서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의원들이 다음주 열릴 당무위원회에서 '경선 연기 결정 논의'를 긴급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라며 "일부 주자는 후보자 예비등록에 보이콧하겠다는 의지도 주변에 알린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경선 연기 여부는 하루속히 정리해야 정치공학적 결정이라는 조소를 듣지 않는다"며 "양측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화학적 결합은 어렵다. 원팀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23일 당은 최고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에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및 조직강화특위 설치 등 당의 대선관리기구 구성안을 의결했다.
앞서 이소영 대변인은 이날 "25일 최고위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대표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때 여러 토론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 대표 또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권은 당대표와 지도부에 있는 거지 그것조차 당무위에 있다면 당대표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송 대표 복심이 사실상 '경선 연기 불가'로 굳혀졌다는 예상속에, 향후 이에 대응한 반이재명계의 선택이 어떨지 주목된다. 송 대표 결단과 선택에 따라 당의 파열음이 더 커지느냐 봉합되느냐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