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방문 와중에 김여정·리선권 잇단 담화 “무의미한 접촉 없다”
이인영 “큰 흐름은 변화” 분석, 김정은 ‘대화’ 메시지에 무게 둔 듯
북중 밀착 행보 재개 등 북미대화 대비 관측 속 골든타임 지적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가 대화 재개를 놓고 서로 상대방에게 공을 넘기는 기싸움을 시작한 양상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7일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김 총비서의 첫 대외 메시지로 이에 미국측이 “조건 없는 북미대화 촉구”에 나서자 다시 북측은 “무의미한 접촉은 없다”고 일축했다.

5.21 한미 정상회담 이후 성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한달만인 지난 21일 서울을 방문했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의가 열렸다. 성김 대표는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조건없이 만날 수 있다는 우리의 제안에 호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한미 워킹그룹을 2년여만에 폐지했다.

북한에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22일과 23일 잇단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비판, “잘못 가진 기대”라고 했다. 리 외무상은 김여정의 담화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신속하게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대북특별대표를 인선해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북한은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응하지 않고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김 총비서의 ‘대화’ 언급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고 평가한 것을 비판했다. 리선권의 담화는 김여정의 담화에 힘을 보태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한미 당국은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며 북한의 입장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연합뉴스가 주최해 열린 한반도평화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큰 흐름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화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본다”면서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보면 몇가지 조금 예외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김여정 부부장의 “꿈보다 해몽”이란 표현이 보여주듯이 북한은 완전히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더 거칠고 단정적인 발언을 피해 대화할 여지를 남겼다고 해석하면서, 미국측에 대북제재 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구체적인 대화 의제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중국과 다시 밀착 행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지원도 필요하지만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북중은 상대국 주재 대사의 특별기고문을 나란히 상대 당 기관지에 실었고, 김 총비서 방중 3주년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2주년을 기념해 공동 좌담회도 개최했다.

여기에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제100주년, 같은 달 11일은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 체결 제60주년이란 점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방중도 예상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0일 최근 북한 전원회의 분석을 통해 김 총비서의 방중을 전망하고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북중 우호 조약 갱신 연도에 방중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북미대화 재개를 대비해 우방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목적을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성김 대표의 방한 때에도 북한이 원하는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이 무조건 대화 테이블로 나올지 전망이 쉽지 않다. 미국은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는 등 현재로서는 대북제재 해제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이다.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여부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 이미 바이든 정부가 여러차례 북한에 대화를 촉구한 상태에서 마냥 북한을 의식하는 태도로 일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미가 서로 대화를 모색하면서도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언제라도 한반도 상황은 다시 긴장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