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어로, 당신을 안아 줄게요.”
애니메이션 '빅히어로'를 보고 나면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다. 혹은,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다. 영화 빅히어로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영화다.
누구나 아이였던 시절이 있다. 어렸을 적 누구에게나 해맑고, 넘어지든 배가 부르든 친구와 싸우든 금세 잘 웃곤 했던 시절 말이다. 그 시절 스킨십은 필수였다. 엄마 아빠에게 매일매일 안기는 것은 물론이고, 좋아했던 선생님 품에 쏘옥 안기곤 했다. 가끔 보는 삼촌 이모 고모들, 넉넉한 사랑을 베풀어주던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안겼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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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히어로』의 한 장면, 주인공의 형 테디가 동생 히로에게 베이맥스를 소개하고 있다. |
어렸을 때엔 누구나 아파본다. 독감이든 배탈이든 땀을 뻘뻘 흘리거나 상처가 나서 울음이 터졌을 때, 누군가 나에게 와서 안아주곤 했다. 아팠지만 좋았던 기억이다. 엄마의 따뜻한 품, 아빠의 넉넉한 품, 할머니의 사랑어린 품에서 자라났던 우리들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을 때 가족들 어른들이 발라주던 빨간 약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던 우리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첫 손주를 본 할머니 할아버지든, 젊은 부모든, 유치원․어린이집의 교사든, 갓 태어난 조카의 삼촌 이모든 이제 우리가 아이들을 안아줄 차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그리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는 부모와 다투거나 아내 남편과 싸우고, 밖에서는 세상일은 물론이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부딪힌다. 아이들은 여전히 해맑게 웃고 떠들며 서로를 안아주지만, 우리는 안아 주지 않는다. 얼굴에 미소 띄울 일도 거의 없다. 스스로 미생임을 자처하며 신세한탄하거나 술을 마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남 탓을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말이든 글이든 누군가를 상처주고 상처입곤 한다.
그런데 빅히어로는 다르다. 영화 '빅히어로'의 주인공 히로와 등장인물들은 어른이 된 우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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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히어로』의 한 장면, 베이맥스가 주인공 히로를 따뜻하고 넉넉하게 안아주고 있다. |
빅히어로를 보기 전, 영화 주제가 '복수'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실제로 영화는 형제애와 동료애, 멋진 성취로 시작해서 복수로 치닫는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안티히어로 모두 복수라는 일념으로 서로를 상처주고 아파한다. 때리고 밀어붙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내 따뜻한 웃음과 넉넉한 포옹을 얘기한다.
뼈대는 딱딱한 금속이지만 빵빵한 공기로 가득 채워진 베이맥스는 사랑스럽다. 항상 누군가를 위하고 걱정한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 치료하고 누군가 지닌 ‘마음의 상처’ 또한 보듬어 준다. 결국 베이맥스로 인해 두 사람만의 형제애는 주위 모든 사람들과의 우정으로 커진다. 사람들은 용서하고 화해한다.
베이맥스는 단순하고 멍청한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오로지 한 가지,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안아주는 데에 집중한다. 그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베이맥스는 최선을 다한다. 물리적인 상처 뿐 아니라 우리 가슴 속의 상처도 어루만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 '빅히어로'의 진짜 주인공 베이맥스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나 다름없다. 베이맥스와 히로는 시원시원하게 하늘을 날라다니지만, 슈퍼히어로라기 보다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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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히어로'의 한 장면, 비행슈트를 장착한 베이맥스와 히로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아이들은 순수하다. 어른들도 아직 순수하다. 어른들도 안기고 싶고,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다. 빅히어로는 어른들의 순수함, 가식 없는 진솔한 보살핌, 서로를 향한 배려와 마음을 일깨워주는 어른용 영화다.
베이맥스는 혼자 힘들어하는 주인공 히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Teddy is here.”
우리 곁에는 그 누구든 소중한 사람이 한사람 씩은 있다.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혼자 가서 영화 보지 않기를 권한다. 혼자 간다면 곁에서 안아줄 누군가가 없음에 눈물이 날 수도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당신 곁에는 누군가 있어요. 지금 그에게 가서 그를 꼬옥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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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히어로』의 한 장면, 히로가 친구들과 함께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