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HMM·SM상선·팬오션·장금상선 등 국내외 23개 해운업체들에게 5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상공회의소·인천항발전협의회(IPDA)·인천항운노동조합 등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국가정책으로 추진 중인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정기선사들의 경영기반도 뿌리채 흔들릴 뿐 아니라 해운·항만·물류산업 전반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해상물동량 급증 및 선복 부족에 의한 수출입물류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막대한 과징금 부과로 국적 선사들의 선박자산 매각·도산 등이 발생하면 물류 애로가 가중되고 국제경쟁력이 쇠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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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항만 전경/사진=인천항만공사 |
외국 선사들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적 선사들이 퇴출되거나 해당국이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등 외교분쟁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는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면 재고돼야 한다"며 "공정위는 최근 5년간 기업들에게 총 3조19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금액이 1조1530억원에 달하는 등 성과위주의 무리한 조사와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동남아항로 23개 사업자 및 사업자 단체인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의 '운임 관련 합의 및 실행'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및 고발 등을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과징금은 선사별로 2003년 4분기부터 동남아항로에서 발생한 매출의 8.5~10%로 책정됐다.
업계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해양수산부에 신고한 해운기업의 공동행위가 19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122건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다는 것에 대해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을 적용한 덕분에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공정위가 1980년부터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를 인정한 것과 해운사들이 지난 15년간 19회에 걸쳐 매년 1회 이상 신고한 점을 강조했다. 122건은 이미 신고한 운임을 하회했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고, 해수부 조사 요청 없이 이뤄진 이번 조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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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라시스호./사진=HMM |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한일·한중·동남아 항로 등에서 국내 업체들이 그나마 과당경쟁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공동행위 덕분으로, 해운사 뿐만 아니라 화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였다"고 설파했다.
그는 "공동행위를 규제하면 결국 강자들만 살아남게 되고, 동남아항로에서 원만한 수출입 해운 서비스 제공도 힘들게 될 수 있다"면서 "설령 행위절차에 대한 미비사항이 있어도 해운법에서 규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기사협회도 "이번 과징금 부과는 해운산업을 괴멸시키는 행위로, 5만 해기사는 물론 항만 하역근로자 등 30만 항만 관련 노동자들의 생존기반을 흔들 것"이라며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이 담당하는 국내 특성상 해운업에 의존하는 각종 산업의 연쇄 붕괴도 초래하고, 결국에는 국가 산업 전체의 불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업과 산업계 위에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공정위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간신히 기사회생한 업계를 다시 고사시키려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무리한 시도에 대해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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